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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재정 트릴레마’ 빠진 늙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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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복지·낮은 조세부담·낮은 국가채무 비율 ‘모순적 상황’

초고령사회, 국채로 재원 조달 한계…“증세 논의 본격화해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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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높은 복지 수준과 낮은 조세 부담, 건전한 재정건전성 중 하나는 희생해야 하는 ‘재정 트릴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령인구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 우선돼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세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한국사회과학회가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에 제출한 보고서 ‘재정리스크를 고려한 중장기 재정정책 방향’을 보면 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 비중이 14% 이상)에 도달했던 2018년 기준, 한국의 복지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1%였다.

이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당시 프랑스(24.3%), 이탈리아(20.2%)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9%) 복지지출을 크게 밑도는 규모다.

주요국보다 복지지출은 낮았지만 국민부담률(세금·사회보장기여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8.4%로 OECD 평균(33.5%)보다 낮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최저 수준인 40.1%에 그쳤다. 복지 혜택을 덜 누리는 대신 세금을 적게 내고 국가의 재정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재원 확보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복지지출 확대와 재원 분담에 대한 논의는 과거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 트릴레마 문제가 핵심 현안”이라고 말했다.

재정 트릴레마는 ‘높은 복지 수준-낮은 조세 부담률-낮은 국가채무 비율’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며 이 셋 중 둘을 만족시키면 다른 하나는 희생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을 나타낸다.

실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 비중이 20% 이상)에 진입한 2019년 당시 복지지출이 24.2%였던 스웨덴은 국가채무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55.6%였지만 국민부담률은 42.9%에 달했다. 반면 2005년 초고령사회에 도달했던 일본은 국민부담률이 26.2%에 그쳤지만 국가채무 비율은 175.9%였다. 당시 일본은 GDP 대비 17.2%를 복지에 지출했다.

류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등을 고려하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까지는 국채를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지만, 이후 고령화 비율이 30%에 도달하는 2035년까지는 국채와 증세를 통해 균등하게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비율이 40%를 기록하는 2050년에는 국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증세 여지가 있는 항목으로 소득세를 지목하며 “전반적인 세율 인상으로 세원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시적으로 고소득층 개인과 법인에 한해 세율을 올리자는 법안을 발의한데 이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소득자와 100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득세·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올리는 내용의 ‘사회적연대세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코로나 손실보상제 재원을 위해 3년간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 1%를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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