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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연대 로스쿨 교수 “중수청 설립, 중대범죄와의 전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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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교수, 중수청 정면 비판 글 게재

중앙일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23일 오전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 의원은 "중수청 시행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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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추진에 대해 “검찰의 완전한 수사권 박탈에만 매몰돼 중대범죄와의 전쟁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중대범죄를 제외한 수사권을 경찰에 넘겼다. 이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남은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중수청으로 넘기고 기소만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수청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이미현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여당이 중수청 설치의 근거로 제시한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 영국 중대사기수사청(SFO)을 예로 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멀쩡히 작동하는 검찰 특수부 해체



이 교수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1970~1980년 무렵 영국에서는 중대 사기범죄에 대한 형사 사법기관의 대응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며“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한 기존의 영국의 형사사법 제도로는 지능적이고 심각한 사기, 뇌물, 부패 등의 중대범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해결책으로 등장한 기관이 SFO”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이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목적으로 중수청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며 “그런데 중수청과 가장 유사한 기관인 SFO의 설립 취지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과는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는 검찰의 특수부가 SFO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멀쩡히 작동하고 있는 검찰 특수부를 해체하고 다시 중수청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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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형사사법 제도 개선은 범죄자만 환영



이 교수는 또 여당의 중수청 설치 입법 속도전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3월 관련 입법 발의, 6월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영국은 (SFO 설립 등) 제도 개선에 앞서 위원회를 발족해 3년에 걸친 조사연구를 시행했다”며 “형사사법 제도를 개선한답시고 서두르다 예기치 못한 허점이 발생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범죄자들이 누릴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대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대해 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안이 잉크도 채 마르기 전”이라며 “전광석화로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검찰로부터 박탈하는 법안을 6월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호언하는 패기와 오만의 근거는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앞서 27일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주요 각국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라는 제목의 글과 맥락을 같이 한다. 구 단장은 “영국의 SFO는 복잡한 경제범죄, 뇌물 및 부패사건에 대하여는 일반사건과 달리 수사개시부터 검사와 수사관이 하나의 기관 안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어 수사와 기소를 통합시킨 기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이) 제도를 개선하면서 외국 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외국의 제도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제도의 일부분만 인용하거나 실무를 고려하지 않고 법조문만 인용하여 그 의미가 왜곡되어 인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국의 경우 경찰은 일반 범죄, 국가범죄수사청(NCA)이 마약 범죄와 조직범죄 등 광역 범죄, SFO는 경제 범죄나 뇌물 범죄를 담당한다. 특별수사기관을 만드는 게 보편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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