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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버핏의 자신감 "美경기 후퇴에 베팅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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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결코 미국에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0)이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보여준 코로나19 대응 미숙에 이어 올 들어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식시장이 휘청거렸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장기 낙관론을 펼친 것이다.

버핏 회장이 27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짧은 232년 동안 미국만큼 사람들이 마음껏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인큐베이터는 없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고 CNBC방송은 보도했다. 최근 뉴욕 증시 매도세에 대한 버핏 회장의 대답인 셈이다. 버핏 회장은 "몇몇 심각한 방해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 발전은 숨 막힐 정도였다"며 "우리나라 탄생 이후 아이디어와 야망, 아주 약간의 자본만 있는 개인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오래된 것을 개선함으로써 자신들의 꿈을 뛰어넘는 성공 스토리가 미국 전체에 넘쳐난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해서웨이가 부동산과 공장, 설비 등 미국 내 자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라는 점도 덧붙였다. 감가상각 후 원가 기준으로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미국 내 고정자산은 1540억달러(약 173조원) 규모에 달한다. 고정자산은 최소 1년 이상 기업 내에 보유하는 자산으로, 경제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고정자산을 보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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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작년 버크셔해서웨이 실적은 코로나19 충격에 부진했다. 서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의 2020년 연간 순이익은 425억달러로 전년보다 48%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해 회복 추세에 접어들었다. 보험과 철로, 사탕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한 버크셔해서웨이 실적은 종종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또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버크셔해서웨이가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90억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여 작년 전체로 247억달러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다.

버핏 회장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투자자들 관심사인 채권 투자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채권시장은 있을 곳이 아니다"며 "연금펀드, 보험회사, 퇴직자 등 전 세계 채권 투자자들은 암울한 미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초저금리 현상이 채권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981년 9월 15.8%에서 지난해 말 0.93%로 크게 떨어졌다"며 "독일과 일본에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라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몇 달의 흐름이 아닌 40년이라는 긴 시간에 중점을 뒀다. 최근 증시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지목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5일 1.54%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다. 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긴축 선회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작년 뉴욕 증시를 이끌던 나스닥지수는 지난주에만 4.92% 빠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버핏 회장의 예상과 달리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상승세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핵심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의회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면서 완화 정책 유지 의사를 보였다. 오는 3일부터 연이어 미국 고용지표가 쏟아진다. 3일 고용보고서를 시작으로 4일과 5일에는 각각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 실업률이 발표된다. 고용이 호조세로 나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지고 금리 상승세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승인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1조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도 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소재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지속에 따른 시장 불안을 최대 위험 요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드위포 에번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케츠 아시아지역 거시전략 담당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최근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한 가격을 다시 매기는 것"이라며 "금리 상승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 이익도 약화하는 만큼 증시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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