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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큘러스가 연 VR 세상…애플·소니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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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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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0억명에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상현실(VR)세계를 보여주겠다."

지난 2017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페북 연례 개발자행사에서 VR 대중화 도전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저커버그 CEO는 최근 핫한 음성SNS 서비스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VR 기기 판매 급증과 시장 확산을 자신하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19로 대표적인 비대면 콘텐츠인 VR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페이스북이 목표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작년 말 페이스북이 전세계 20여개국에 출시한 무선 VR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 판매량이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VR 대중화를 이끌 첫 번째 기기로 기록될 것"이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작(오큘러스 퀘스트)보다 10%이상 가볍고(약 503g) 가격은 100달러 낮춘 299달러다. 이용자의 신체 움직임과 컨트롤러 손동작을 가상세계에 반영하기 위해 인공지능(AI)기술도 적용했다. 28일 통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는 작년 말 기준 전세계 120만대 이상 팔렸다. 미국 베스트바이 등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품귀현상을 빚었고,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이달 2일 판매를 시작한 지 3일만에 초판 물량인 1만대가 완판됐다.

이런 판매 속도라면 올해 300만대 이상이 팔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콘솔게임 최강자인 소니가 작년 말 출시한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이 450만대 판매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IT업계 관계자는 "VR은 닭(기기)이 먼저냐, 달걀(콘텐츠)이 먼저냐의 딜레마로 성장이 정체됐지만 오큘러스 퀘스트2로 대중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도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가 VR헤드셋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간 VR 산업은 오랜 암흑기를 보냈다. 페이스북이 2014년 VR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먼서 VR사업을 시작했고, 삼성전자와 소니, HTC 등이 뛰어들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둘 다 몰입감은 뛰어나지만 머리에 오래 쓰고 있으면 무거운데다 어지럽고, 가격도 비싸고 콘텐츠 역시 부족해 일회성 기기라는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디어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애플과 소니도 VR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소니는 PS5용 VR기기를 내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PS4용 VR헤드셋(PSVR)을 내놓은지 6년 만이다. 소니 측은 "전사차원에서 실감형 엔터테인먼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간 쌓아온 VR 노하우를 집대성하겠다"고 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고정팬들이 수백만에 달하는 만큼 VR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애플 VR 헤드셋'이다. 애플 역시 내년 출시를 목표로 VR 헤드셋을 개발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계획대로 VR헤드셋이 출시되면 애플워치가 등장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애플 상품 라인업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페이스북과 달리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해 맥북에 집어넣은 반도체(애플실리콘) M1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칩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선추적(아이트래킹) 기술을 적용해 공중에서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VR헤드셋에 적용될지 미지수지만 작년 말 애플은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VR장갑(글로브)에 대한 특허도 획득했다.

애플 VR드셋 가격은 최대 900달러(약 1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오큘러스 퀘스트2(299달러·약 33만원)의 세 배 가량 비싼 가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VR헤드셋을 매장당 하루 한 대씩 파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전세계 500여개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판매대수는 18만대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중국 VR기기 업체인 피코(Pico)는 안경처럼 생긴 VR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작년 기업용이지만 '피코 VR 글라스'를 내놨다. 무게가 120g으로 일반 헤드셋보다 네 배 이상 가볍다. 이에 질세라 페이스북도 오큘러스 퀘스트2의 후속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VR콘텐츠도 풍성해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VR게임과 VR동영상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돈 버는 VR앱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의 VR앱장터인 오큘러스 VR스토어에서 작년 매출 100만달러(약 11억2600만원) 이상을 기록한 VR게임과 앱은 오큘러스 퀘스트2 출시 후 2배 가량 늘어난 60여개에 달한다.

국내 통신사들도 VR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작년 '볼거리' 위주였다면 올해는 VR게임처럼 '놀거리'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미니홈피를 꾸미는 것처럼 일상에서 VR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교제제작·관리, 실시간 화상수업, 학사관리 등 원격 수업에 필요한 툴을 한데 모은 온라인 교육플랫폼에 VR을 추가할 계획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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