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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중수청, 검찰수사권 박탈 매몰…중대범죄와 전쟁 포기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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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연세대 로스쿨교수의 비판

“여당, 멀쩡히 작동 특수부 해체

졸속 제도개혁 땐 범죄자만 혜택”

중앙일보

이미현


현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추진에 대해 “중대범죄와의 전쟁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미현(사진)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28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여당이 중수청 설치의 근거로 제시한 “수사·기소 분리는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영국의 중대사기수사청(SFO)을 예로 들면서다.

이 교수는 “1970~80년 무렵 영국에서는 중대 사기범죄에 대한 형사 사법기관의 대응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영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한 기존의 자국 형사사법 제도로는 지능적이고 심각한 사기, 뇌물, 부패 등 중대범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인식한 뒤 그 해결책으로 SFO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이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목적으로 중수청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는데 중수청과 가장 유사한 기관인 SFO의 설립 취지는 정반대”라며 “한국에서는 검찰의 특수부가 SFO의 기능을 하는데, 멀쩡히 작동하는 검찰 특수부를 해체하고 다시 중수청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3월 중수청 관련 입법 발의, 6월 통과’를 목표로 하는 여당의 ‘속도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영국은 (SFO 설립 등) 제도 개선에 앞서 위원회를 발족한 뒤 3년에 걸친 조사연구를 시행했다”며 “형사사법 제도를 개선한답시고 서두르다 예기치 못한 허점이 발생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범죄자들이 누리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대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대해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한 형사소송법안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이라며 “전광석화로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검찰로부터 박탈하는 법안을 6월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호언하는 패기와 오만의 근거는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지난달 27일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구 단장도 SFO를 예시하면서 “(여당이) 외국의 제도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일부분만 인용하거나 실무에 대한 고려 없이 법조문만 인용해 그 의미가 왜곡 인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수청 법안을 대표발의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국은 경찰이 일반 범죄, 국가범죄수사청(NCA)이 마약 범죄와 조직 범죄 등 광역 범죄, SFO가 경제 범죄나 뇌물 범죄를 담당한다. 특별수사기관을 만드는 게 보편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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