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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주식 직접 투자 사랑하는 나라는? 정답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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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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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보다는 주식 직접투자를 사랑하는 나라.’ 어디일까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전문가(펀드 매니저)보다 내가 직접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셈인데,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요.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율은 15.7%로 펀드 비율(2.6%)의 6배 수준으로 높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내보면 주식 직접 투자의 비중이 23.3%로 높지만, 펀드의 비중도 3분의 1 수준인 6.8% 정도는 됩니다.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유독 높은 미국(34.7%)의 경우에도 펀드 비중도 12.7%로 높은 편이지요.

일본의 경우에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9.1%)과 펀드 비중(3.5%)이 우리처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경우 오히려 주식 비중(10.5%)보다 펀드 비중(11%)이 더 높습니다. 우리와 그나마 비슷한 곳이 프랑스인데, 주식 비중(21.5%)이 펀드 비중(4.8%)의 4배가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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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과 펀드의 비중


왜 이럴까요. 우선 해외에선 주식의 최소 거래 단위가 10주나 100주 등인 경우가 있는데, 우리 증시에선 제도 개선의 결과 현재는 주식을 1주씩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주식 직접투자’ 선호를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펀드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요? 젊은 투자자들은 “펀드는 전문가들이 굴려준다고 수수료도 떼가는데 별로 내가 직접 하는 투자보다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7.2%까지 높아졌는데,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주식 열풍을 고려하면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펀드의 비중은 2016년 3.2%에서 2018년 2.9%, 지난해 3분기 2.5%로 서서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30대에서 펀드에 대한 선호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30대 투자자들이 좀 더 화끈한 수익률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또래들과 자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30대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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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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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젊은 층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가계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2008년 69.3%에서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1.5%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2018·2019년에는 62.9%로 다시 올랐지요. 25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치솟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젊은 층에선 “집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라는 말도 나옵니다. 어떻게 집을 샀다고 해도 대출을 갚다보니, 여윳돈으로 금융 투자를 해도 ‘대출 이자보다는 벌어야 투자'라는 인식이 있는 겁니다.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유경준의원은 “현 정부는 25번의 대책을 내놓고도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해 청년층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면서 “이 때문에 청년층에 공격적인 주식투자를 통해 이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유 의원은 “경제체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유동성에 의존한 장세가 끝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층을 비롯한 개미투자자가 떠안을까 우려스럽다”고도 했습니다.

최근 만난 한 투자 전문가는 최근의 자산 시장(부동산 시장+주식 시장)을 ‘러닝머신’에 비유했습니다. 계속해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자산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젊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모험적인 투자를 하는 심정을 이해하기엔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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