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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K, 백악관에 '배터리 수입금지' 거부권 요청…"美에 추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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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SK, ITC의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 달라 공식 요청"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기차용 배터리 등 첨단기술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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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개입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ITC는 지난달 10일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 배터리와 부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SK는 60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ITC 결정 번복을 요청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문건에서 ITC 수입금지 결정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가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6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투자한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26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든 배터리는 인근 포드자동차와 폴크스바겐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탑재된다. ITC는 포드와 폴크스바겐이 다른 공급업자를 찾을 수 있도록 각각 4년, 2년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조치를 내렸다.

SK의 이같은 언급은 친환경 산업 육성을 주요 정책 기조로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감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과 탈석유 정책, 클린 에너지 산업 확대 및 일자리 창출 같은 주요 정책은 SK와 LG의 배터리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4일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와 의약품 등 4개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실태를 점검하고 미국에 유리한 전략을 구상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미국 제조 활성화를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첨단기술 제품의 중국 의존을 줄이고,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떠오른 저학력 백인 남성을 위한 제조업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행정부에 제출한 문건에서 2025년까지 미국에 24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일자리 3400개를 더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등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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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 주장을 인정하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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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도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설득전에 나섰다. WSJ은 LG 측 관계자가 지난 26일 통상 담당 관료들을 만나 ITC 수입금지 결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SK 배터리가 수입 금지되는 10년간 LG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을 늘려 포드와 폴크스바겐에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도 미 행정부에 전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LG는 또 SK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고 사안을 마무리할 의사도 있다는 입장을 미 행정부에 전했다고 한다.

현지에선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SK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공정 경쟁'에 관한 문제여서 대통령이 기존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ITC는 SK가 증거를 인멸한 점을 근거로 배터리와 부품의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며 LG 손을 들어줬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과 애플이 벌인 특허 침해 소송에서 ITC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수입금지 결정을 내리자 경쟁이 사라지는 여건과 소비자에 미칠 잠재적 피해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WSJ은 SK와 LG가 미국에서 다툼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정세균 총리가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또 짐 팔리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두 회사가 합의하는 게 미국 제조업과 노동자를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고 쓴 트윗을 소개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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