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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셉 윤 “韓정부, 北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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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4.0 연구원, 바이든 시대 한미의원 첫 토론회

외교만의 해법 공감하지만 대북정책 방법론 놓고는 '이견'

"韓정부 北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 지적도

이데일리

2일 서울 서초구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한미 의원대화’가 개최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첫 의원 토론회로서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들이 만든 ‘민주주의 4.0’에서 주최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미국측 토론자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김영호 의원, 홍영표 의원,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도종환 의원, 이광재 의원, 이재정 의원. (화상 화면,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게리 코놀리 민주당 의원, 영김 공화당 의원,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대표, 조셉 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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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워싱턴 정가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셉 윤 전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일 서울 서초구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열린 ‘한미 의원대화’에서 “우리는 한국의 대선이 1년 남짓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선거를 유리한 국면을 이끌고자 ‘안보’를 희생하면서까지 남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 전 대표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한국정부가 개성공단이라던가 금강산 관광을 빨리 재개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는 북한정부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고 핵을 개발시키는데 이용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금 북한에서 정말 검증가능한 비핵화 대책이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표적 대북 협상파로 꼽히는 윤 전 대표의 지적은 북한에 대한 워싱턴과 서울의 인식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윤 전 대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도 긴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과 미국 측 토론자들은 대북 정책에 있어 한미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평가, 북한에 대한 태도, 구체적인 접근방식에 대해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北에 역지사지로 접근해야”vs“검증가능한 비핵화 선행돼야”

이날 한미 의원대화는 민주당 내 ‘친문’(親文·친문재인)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에서 주최했다.

그만큼 한국 측 토론자로 나선 의원들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염과 분노’ 국면에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어낸 성과를 바이든 정부 역시 인정하고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이기도 한 김영호 의원은 “우선 대화를 되살리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북한이 왜 핵을 포기할 수 없는지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북한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북한에게 핵이란 체제를 지키고 외부와의 ‘빅딜’(Big deal)을 통해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협상 카드이며 북한 사회를 단합시키는 요술램프의 지니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항복을 바라면서 무조건 적대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이 핵에 더 집착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핵을 가지지 않아도 체제를 지키거나 경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확신을 주게 된다면 북한은 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대화의 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측 토론자로 나선 게리 코놀리 민주당 의원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팩트(fact)에 집중해야지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희망을 가지고 북한과 관계를 맺었다”며 “이런 희망이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축소했지만 이는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며 오히려 역내 평화에 역행했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프랭크 자누지 맨즈필드 재단 대표 역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으로 싱가포르 공동선언문을 존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과 의제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손 내민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며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고위급과 접촉할 때는 모든 밑단에서의 문제들이 전부 다 해결된 상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김 공화당 의원 역시 “북한이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더 참여하고 싶다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제재 완화에는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CTR 가능해”…인도교역 확대는 모니터링 강조

다만 한미 토론자들은 외교적 해법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근본적 원칙에는 공감했다.

윤 전 대표는 바이든 정부가 초기에 대북 대화에 나서 한반도 긴장감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도발에 나서면 또 장기간 경색국면이 이어지며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이뤄졌던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한 평화협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방법으로 ‘협력적 위협감축’(CTR·Cooperative Threat Reduction)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TR은 소련에서 독립된 국가들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 및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다양한 경제지원을 제공하면서 핵무기와 물질을 제거한 방식이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에 대해 강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상황에서 단계적 비핵화를 의미하는 CTR은 북한을 대화의 장에 이끌어내며 단계적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상원의원 당시 그의 보좌관으로서 함께 CTR을 검토했던 자누지 대표는 이같은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그는 이어 “CVID는 모든 핵의 완전한 해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지만, 이 중에서도 평화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며 “CVID보다는 CTR이 훨씬 현실적 접근”이라고 밝혔다.

이용선 의원은 “유엔의 가혹한 제재가 북한 주민들의 삶을 굉장히 힘들게 한다”며 보건·의료, 식량·비료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표는 바이든 정부는 인도적 교역 확대에 트럼프 정부보다 좀 더 전향적이고 유연할 것이라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지원 물품이 김정은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제대로 활용되는지 모니터링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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