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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도 넘은 최근 미국의 한국 대북정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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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미국, 문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대북 발언만 나오면 동시 다발 공세 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 정부와 전직 고위관료, 민관 연구소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동시 다발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나, 한국 정부와 민관 연구소 등은 무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최근 미 정부는 예산 지원을 하고 있는 정부매체인 미국의소리방송(voa),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정부나 민관 연구소, 또는 전직 관리들의 비판적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기류를 반영하는 미국 관영 매체가 최근 방송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 제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문재인, '김정은 비핵화 의지'… 바이든 '설득' 말아야"<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2월 9일>
-"미, 한국에 '섣부른 대북양보 주의' 권고해야"<자유아시아방송 2021년 2월 25일>
-"미국과 한국 '대북인식' 단절 위험…조율해야"<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2월 20일>
-미 국무부 '한국 통일장관 발언 논란'에 "지독한 북한인권 주시할 것"<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2월 23일>
-미 국무부, 한국 통일장관 '대북제재 우려'에 "주민 어렵게 만든 건 북한 정책"<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3월 1일>
-미 전문가들 "한국 통일장관, 제재 아닌 김정은 실정 비판해야...북한 '자체 제재'가 민생 파괴"<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3월 2일>
기사 제목에서 드러나듯, 미국 정부나 전직 고위 관료, 민관 연구소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견해를 두고 칼로 무를 베는 식의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 정치 외교 관계는 복잡다단해서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니 정책 담당자들은 선택하고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최근 대북 관계에 관해 미국은 자국 시각이 최선, 최상이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펴고 있다. 미국의 논조는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프레시안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 후 첫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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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침묵, 대외적으로 수치스럽다

문제는 한국이 침묵만 한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미국 바이든 정부는 외교 안보, 특히 대북 정책 담당자를 인선하는 중이다. 현재 미국이 큰 줄기에서 대북 정책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침묵은 문제가 심각하다.

서양 속담에 '밀가루가 빵이 되지만 가공하기 따라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현실을 보고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자칫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관영매체는 한국 대통령, 장관 등이 대북 정책을 내놓으면 24시간 이내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한국이 그에 대해 침묵하는 모습은 제3자가 볼 때 한국이 뭔가 잘못 판단한다는 인상을 갖게 될 우려가 크다. 미국도 한국이 미국 측의 맹공에 침묵하는 것을 보고 한국 정부의 자질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는 침묵하지만 보이지 않는 채널을 통해 미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정치 시대에 그것은 박수갈채를 받을 일이 아니다. 미국 새 정부가 타당하고 현실성 있고 비전 있는 대북 정책을 수립하도록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라도 한국은 공개적으로 미국 쪽에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은 엄연한 자주국이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었고, 국민들은 해외여행을 즐겨하고 있어 국가의 체면을 가려볼 안목이 있다. 청와대, 통일부나 전직 고위 관리, 민관 연구소는 미국 정부가 관영 매체를 통해 내놓는 일방적, 훈계적, 강압적이고 무례한 메시지에 응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통일 정책 담당자가 국가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집행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왜 정부는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주요 사안에 대해 미국 측의 비판이나 반론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지 갑갑한 노릇이라 하겠다. 정부 관리는 국민의 주권을 대행한다는 머슴의 입장에서 새로운 대북 정책에 미국 측이 반대할 경우,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 세금으로 정치외교를 하는 정책 담당자의 책무이다.

한미동맹이 '미국주도 한국 추수'라는 식은 안 돼

한 국가가 외국의 정책이나 문제에 왈가왈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 관영 매체가 전하는 미국 측 입장은 한국 최고 지도자나 통일 관련 행정 최고 책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의 대통령, 장관이 내놓는 대북 정책이나 접근 방안을 송두리째 부인하고 깔아뭉개는 것은 미국이 위험을 자초하거나 미국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일방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

이는 미국 측이 흔히 강조하는 한미동맹의 기본 취지를 의심케 한다. 말이 한미동맹이지 '미국주도 한국 추수'라는 식의 논리만 질펀할 뿐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한미관계가 유엔회원국 간의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미국 쪽에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미국의 태도는 자칫 갑이 을을 윽박지르는 식의 비신사적이고 다분히 폭력적인 압박이거나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현실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십인십색일 수 있다. 특히 이해당사자일수록 타인의 의견을 신중하게 경청하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리 답을 정해놓은 식은 곤란하다,

미국 바이든 새 정부도 미국 일방적인 대북정책이나 계획이 혹시 잘못 될 수 있다는, 자중하는 마음으로 한반도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한국과 협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난 1945년 이래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궤적과 그 득실에 대해 이번에 면밀히 검토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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