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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 영웅’ 쿠오모 뉴욕주지사 끝없는 추락…세번째 성희롱 피해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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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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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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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리더십으로 영웅 대접을 받았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63)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세번째 여성 피해자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숨진 요양원 사망자 통계를 축소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은 데 이어 그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혐의를 발뺌하던 쿠오모 주지사는 전날 사생활에 대한 농담이 성희롱으로 오인됐다면서 사과했지만 검찰은 성범죄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가 속한 민주당에서조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그를 비판하거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 쿠오모 주지사 상대 ‘미투’ 세번째 폭로 나와

뉴욕타임스는 애나 러시(33)가 2019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피로연에서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러시는 자신이 쿠오모 주지사에게 소개된 순간 쿠오모 주지사가 다가오더니 드레스가 깊게 파여 맨살이 드러난 등 아래 부분을 손으로 감쌌다고 밝혔다. 러시는 깜짝 놀라 손을 치웠더니 쿠오모 주지사가 “공격적이다”라고 말하면서 이번에는 두 손으로 자신의 턱을 감쌌다고 말했다. 러시는 쿠오모 주지사가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키스해도 되겠느냐”고 말했고, 그가 실제로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뒤로 물러났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쿠오모 주지사가 러시의 턱을 두손으로 감싸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도 공개했다. 당시 러시 옆에 있던 친구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했고 지난해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는 러시는 “너무 혼란스럽고 충격적이었으며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러시의 폭로는 쿠오모 주지사 밑에서 일했던 여직원 2명의 성추행 폭로에 이어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7일 쿠오모 주지사가 비서였던 샬럿 베넷(25)에게 성생활에 관해 묻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보도했다. 베넷은 쿠오모 주지사가 사무실에 단둘이 있을 때 성관계 상대의 나이를 따지는지, 나이든 사람과 성관계를 해본 적이 있는지 묻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베넷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이런 발언이 성관계를 요청하는 발언으로 느껴졌느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그렇게 느꼈다”라고 답했다. 쿠오모 주지사의 경제 보좌관으로 일했던 린지 보일런(36)도 지난해 12월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수년 간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도 쿠오모 주지사가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 쿠오모 “농담이 성희롱 오해일으켜, 진심으로 사과”

쿠오모 주지사는 베넷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너무 구체적이어서 발뺌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자 전날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제3의 피해자가 나오면서 사과가 무색해졌다. 그는 논란이 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둔감하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일 수 있었음을 이제 알게 됐다”면서 “내가 언급한 것 중 일부는 원치 않는 희롱으로 오인됐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친밀감의 표현으로 사적인 농담을 한 것이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사무실 내의 누구와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발했다.

뉴욕타임스는 베넷과 보일런에 대한 성추행의 경우 사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을 상대로 한 것이었지만 러시의 경우 많은 사람이 모인 파티에서 처음 소개 받은 여성을 상대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부하 직원에 대한 친밀감 표현이 오해를 일으켰다는 그의 사과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성희롱 피해자가 세명째 나타나면서 추가 피해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7일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면죄부를 받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부터 친분이 깊은 바바라 존스 전 연방판사에게 조사위를 맡기겠다고 한 점도 비판을 받았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주 검찰총장 등이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리자고 한발 물러났지만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검찰이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양측은 뉴욕주 검찰이 변호사를 검사 대행으로 임명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감독하기로 합의했다. 일종의 특검을 임명해 조사를 맡긴다는 것이다. 제임스 검찰총장은 이날 쿠모오 주지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주지사 측의 서한을 접수했다면서 검사 대행 임명 절차에 정식 착수한다고 밝혔다.

■ 요양원 거주 코로나19 사망자 축소로 신뢰도도 추락

앞서 쿠오모 주지사가 요양원 거주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축소 발표한 사실이 드러난 파장도 크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다 숨진 요양원 거주자 6500명을 ‘요양원 사망자’ 항목에 산입하지 않고 ‘일반 사망자’에 포함시켰던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뉴욕주는 지난 1월말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통계가 부정확하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8500명이었던 요양원 거주 코로나19 사망자를 1만5000명이라고 갱신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주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 봄 회복 중인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요양원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폭증한 코로나19 환자로 인한 병상 부족 사태를 완화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령층을 위험에 빠뜨린 치명적 실수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따라서 뉴욕주가 요양원 거주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축소한 것은 쿠오모 주지사가 내린 결정을 둘러싼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 위험을 경시하고 브리핑에서 막말을 쏟아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차분하면서도 정확하고 공감을 일으키는 어조로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관련 통계 축소 파문은 치명적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 주지사를 3차례 역임한 마리오 쿠오모의 장남으로 뉴욕 주지사를 3연임하고 있다. 그는 CNN방송의 간판 앵커 중 한명인 크리스 쿠오모와 형제로서 지난해 동생 크리스가 진행하는 생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하면서 누가 더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아들인지 장난 섞인 설전을 주고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규탄과 사퇴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피해자 두 명의 고발은 신빙성이 있다”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독립적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캐슬린 라이스 민주당 뉴욕주의회 의원은 “시간이 됐다. 주지사는 사퇴해야 한다”면서 쿠오모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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