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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악행 용납하자는 거냐”… 워싱턴서 이인영 北지원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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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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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놓고 워싱턴 조야(朝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한국 통일부가 ‘제재 재검토’를 거듭 요구하는 데 대해 워싱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이 장관이 전면에 나서 남북 경협을 주장하며 미국의 기조와 다른 대북제재와 규제 완화를 연일 촉구하는 것은 한미 간 이견을 부각시키고 북한만 이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의 목적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이런 점들은 어떻게 개선하고 갈 것인가, 적어도 이런 점들은 분명히 평가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며 대북제재에 대한 유연성 제고와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국제항공과 선박에 대한 국경 봉쇄 조치를 비롯해 코로나에 극도로 엄격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신속한 제재 면제를 받은 인도주의 단체, 유엔 기관, 나라들이 북한에 물자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상당히 방해한다”고 반박했었다.

VOA는 이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처해야 할 동맹국이 오히려 미국과 대북제재를 ‘악의 근원’으로 선전하는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장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해제하고 김정은 정권의 어떤 악의적 행동과 불법 행위를 공개적으로 용납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북한인들에게 미치는 제재의 영향을 재검토하는 대신, 김정은의 정책이 주민들의 고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도록 주문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김씨 정권의 사악한 본질과 압제 시스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어떤 제재도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경제 위기는 제재 때문이 아니라 형편없는 경제 계획과 관리상의 무능함이 원인”이라고 했다. 수미 테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는 와중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등 군비 확충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한 김정은의 정책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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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 회의에서 간부를 질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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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워싱턴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고 VOA는 전했다. 이와 관련,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2500만 명의 북한인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고,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김정은과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자연재해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북제재 탓을 하고 싶겠지만 이는 원인이 아니다”라며 “주민의 건강과 안녕보다는 핵 개발과 군사 현대화를 우선시하는 김정은의 의도적인 정책 결정 때문에 북한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유엔 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민을 고통에 빠뜨린 장본인은 김정은”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자체 제재(self-sanctions), 국경 봉쇄, 무역 차단, 최근 당 대회에서 자인한 끔찍한 경제 부실 운영, 희소한 재원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전용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한국) 통일부든 누구든 조사 결과 북한의 영양실조 실태를 파악했다면, 그런 상황은 5년 전, 1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1992년 이래 지속된 북한의 영양실조 문제는 앞으로도 제재와 관계 없이 계속될 것이다. 군부와 엘리트들이 모든 부를 독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벡톨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많은 자금을 공여받은 유엔과 비정부기구의 대북지원이 최고조에 달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북으로 들어간 돈은) 일반 주민이 아닌 군부와 엘리트, 평양의 고급 아파트 건설, 최신식 무기 시스템 구입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대북제재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늘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시행된 미국의 ‘대북제재와 정책강화법’ 초안 작성에 참여한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모든 중요한 정책 문제와 관련해, 심지어 유엔 제재와 자국민의 시민적 자유를 희생해가며 김정은의 이익을 옹호하는 문재인 행정부의 경향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한국을 동맹으로서, 그리고 수만 명의 미군과 미군 가족들의 안전한 주둔국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를 바이든 행정부는 현실적으로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부유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과 이들이 제공하는 안보 혜택이 한국의 잘못된 안전감과 진지하지 않고 비효율적인 대북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건 아닌지 질문해봐야 한다”며 “나는 여기에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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