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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또 윤석열” 호응하면서도 박수만 칠 수는 없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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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흔든 건 국민의힘이나 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아니라 또석열(또 윤석열)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자, 한 국민의힘 3선 의원이 내놓은 반응이다. 윤 총장의 작심 발언 뒤 국민의힘은 “정권과 검찰의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조짐”(배준영 대변인)이라고 호응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제1야당의 존재감 희석을 우려하는 복잡한 기류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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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권에서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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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정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고 여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윤 총장의 발언에 일단 힘을 실어줬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중수청은 완전한 독재국가,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라고 말했고, 배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려는 정의의 칼날을 막고자 칼 쥔 장수를 갈아치우려다가, 안 되니 군대를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검사 출신 권영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 말대로 국민이 검수완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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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1.3.2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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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보궐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두고 터진 윤 총장의 일갈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마냥 박수 칠 일이 아니다”라는 경계심도 적지 않다. 윤 총장은 그간 국민의힘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였다. 윤 총장이 부각될수록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 정서가 확대되는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동시에 “제1야당은 뭐 하느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에서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가, 최근 주춤한 윤 총장이 다시 주목받자 당내에선 우려가 터져 나왔다. 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또다시 윤 총장과 여권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고 당은 거드는 모양새”라며 “야권 단일화 등을 앞두고 돋보여도 모자랄 당 입장에선 좋지 않은 구도”라고 말했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도 “중수청 설립, 검수완박 등을 놓고 당에서 얼마나 국민에게 와 닿는 대응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선 “윤 총장의 파급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견제구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3선 의원은 “추 전 장관 사퇴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세가 꺾인 윤 총장이 인터뷰까지 나서며 반등을 노렸지만, 후폭풍이 크진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달리 윤 총장에 호평 일색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윤 총장의 호소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고, 국민의당 관계자는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다시금 각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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