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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번 안철수’ 아니면 도울 수 없다는 국민의힘…그래서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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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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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기호 2번(국민의힘) 후보로 나오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지난 1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야권 단일화를 목전에 둔 국민의힘은 선거 규정과 비용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안 대표의 기호 2번 출마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얘기입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기호 2번을 고집하면 확장성과 멀어질 수 있다’며 난색을 보입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입당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그의 선거운동을 정말로 할 수 없는 걸까요? <한겨레> 질의에 중앙선관위가 보내온 과거 회답 사례를 통해 따져보겠습니다.

김종인도 안철수 선대위원장 맡을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선거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데, 선거법 규정상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김종인 위원장도 “결국 찬조연설 정도밖에 못해준다. 그렇게 해서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우선 김 위원장의 말처럼, 연설은 가능합니다. 중앙선관위는 안 대표의 단일화 승리를 가정했을 때 기호 4번으로 나가더라도, 김 위원장 뿐 아니라 단일화에서 진 국민의힘 후보자도 안 대표의 연설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이나 사퇴한 국민의힘 후보가 안 대표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이나 선대위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손을 잡고 선거유세를 하는 것엔 걸림돌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중앙선관위는 2007년 “선거에서 정당간에 또는 정당과 무소속 후보자간에 선거공조를 위해 후보자를 단일화하는 경우 사퇴한 후보자나 그 정당의 대표자 또는 간부 등이 단일화된 후보자나 그 정당의 선거대책기구의 간부나 구성원 또는 연설원이 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사에 안 대표의 선거사무소나 선거연락소를 설치하는 것도 허용됩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의 당사나 정당선거사무소와 구획하여 별도로 사용하고, 정당한 절차로 임차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안 대표의 선거홍보물에 단일화에 참여한 국민의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해 내걸며 홍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전화나 문자메시지, 당 누리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국민의힘 경비로 지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신문광고나 방송광고, 인터넷광고는 제한됩니다.

다만 국민의힘이 정당 차량에 안 대표 선거 벽보를 부착하고 운행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후보자에 한해서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마다 각 5대씩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힘 소속 후보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다른 당 후보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에 받는 제약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비용도 빌려준 뒤 돌려받으면 문제 없어


선거운동 상의 제약보다, 비용이 핵심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결국은 돈 문제다. 광역지자체장 선거는 비용이 정말 많이 드는데, 국고보조금은 다른 당을 위해 단 한 푼도 못 쓰게 되어있다. 안 대표가 다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큰 틀에서는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선거운동을 위해, 그해 정당 경비를 지급하고 이후 선거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보조금은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후보자를 위해 사용하거나 대여할 수도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보조금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당비의 경우, 지원은 불가능하지만 대여는 가능합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당비를 쓰더라도 이를 빌려 쓰는 것일 뿐 통상적인 법정 이자율을 더해 갚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빌려 쓴 뒤, 선거가 끝난 뒤 보전받은 선거 비용 등을 이용해 갚는 것도 방법이 될 순 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정당이 당비를 무소속 후보자에게 대여하는 것에 관하여는 정치자금법상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나, 무소속 후보자에게 이를 지원하는 것은 정치자금을 정치자금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입·지출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 제2조 및 제45조에 위반된다”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 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도 모정당인 미래통합당의 정치자금을 대여할 당시 “정당이 다른 정당으로부터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또는 법정 이자율 등 통상적인 이자율에 따라 정치자금을 차입하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제한되지 아니한다”는 중앙선관위 해석을 받기도 했습니다.

선관위는 국민의힘이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다양한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2011년 사례를 들어 ‘무소속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하여 사용하는 공개장소 연설·대담용 차량에 소요되는 비용, 명함과 어깨띠 등 소품의 제작·구입비용은 무소속 후보자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며, 정당이 이를 대신 부담하는 것은 정치자금법 제2조 및 제45조에 위반된다’고 지적했고, ‘정당이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원 및 자원봉사자에게 음식물(다과·떡·김밥·주류를 포함함)을 제공하는 때에는 공직선거법 제114조 또는 제135조에 위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자발성…지지층의 ‘마음’에 달렸다


단일화를 이룬 안 대표가 15%가 넘는 득표율을 얻어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 받는다면 비용 문제 역시 큰 걸림돌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의 참여와 지원을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엠비엔>(MBN)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4번 국민의당 기호를 달고 끝까지 가면 2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안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투표장 가서 찍어줄지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규정은 핑계일 뿐, 당 구성원과 지지자 한 명 한 명이 상대 당 후보를 위해 얼마나 자발적으로 움직일지에 단일화의 시너지가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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