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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사장 때 직원 '땅 투기' 방치한 변창흠…장관 되더니 "청렴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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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LH직원 투기의혹 드러난 날 산하기관장 간담회
‘청렴실천 협약식’도 개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시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이 2일 산하기관장 간담회에서 ‘청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직원들에 대해 관리책임을 져야할 변 장관이 유체이탈 화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의 3기 신도시 예정지의 땅을 사들인 시점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다. 이 때는 변 장관이 LH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인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와 14개월가량이 겹친다.

조선비즈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공공기관 간담회 및 청렴 실천 협약식'을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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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산하 공공기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국토부의 청렴도 측정결과가 매우 낮게 나왔고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청렴도 역시 일부 기관을 제외하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면서 "국토부 특성상 정책에 대한 반감 등이 청렴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청렴하지 못한 일부 행동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변 장관은 "국토부는 부패경험률 제로(0) 달성을 위해 올해 강도 높은 청렴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지난해 청렴도 평가 결과 본부 업무에서의 부패경험률이 높게 나타나 유관단체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티비상' 수상과 관련해 공공기관이 세금을 낭비했고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임직원들이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떠나 기관장이 경각심을 갖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한 언론은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이 대거 수상한 행정관련 국제시상식인 스티비어워드가 출품만 하면 상을 주는 식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지구 사전투기 사건은 변 장관이 LH 사장 재직시 일어난 일이다. 자신의 사장 재임 때 일어난 투기 의혹 사건에 책임감이라는 느끼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변 장관은 간담회 후에는 기관장들과 '청렴실천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올해 국토부 업무계획을 공유하고 기관별 추진전략을 논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투자확대,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수주 전부터 예정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지구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변 장관이 별도 발언시간을 할애해 공공기관의 청렴성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오전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의 토지 대장 등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 2만3028㎡를 100억원 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의 ‘관리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변 장관은 2019년 4월 제4대 LH 사장에 취임하고 1년 7개월간 사장을 역임했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일대 토지를 집단 매입한 시기와 겹친다. 만약 LH 직원이 미공개 개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판명날 경우 변 장관은 조직 관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광명시흥 지구가 2010년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되고 수년간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 1순위로 거론된 만큼 ‘내부정보 활용’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 지역의 땅을 산 LH 직원들과 그들에 대해 관리 책임을 진 이들의 직업 윤리 문제는 남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본인이 책임지던 때의 LH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변 장관이 이끄는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를 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관 본인이 LH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택지지구를 지정했고, 직원들의 그 당시 행동이 논란에 휩싸였는데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세종=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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