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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쿠팡이츠 수수료 인하 아닌, 거리 따른 책정" 쿠팡 해명에 "명백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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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건당 2500원, 최저임금도 못 벌어"…쿠팡 "원거리 배달 기피 막기 위해"

"단거리뿐만 아니라 장거리 배달 수익도 모두 떨어져, 쿠팡의 갑질"

"개인사업자라 집단 파업은 안하지만, 다른 배달 업체로 대거 이탈 가능성 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노컷뉴스

쿠팡이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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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파격적인 배달라이더 수수료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인 '쿠팡이츠'가 라이더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쿠팡이츠가 2일부터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600원 내린다고 밝히자 배달원들이 파업에 나섰다. 수수료가 줄면서 배달원들은 하루에 최저임금조차 벌기도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쿠팡 측은 이번 가격 정책 개편이 "원거리 배달을 기피하는 라이더들이 많아 배달비를 거리별 할증을 최대 1만 원 추가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원거리 배달 보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라이더들은 명백한 거짓말이자 '쿠팡의 갑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바뀐 규정에 대해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고, 반발에도 어떤 대화의 시도조차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쿠팡이츠와 배달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탈하는 배달원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더 "건당 2500원, 최저임금도 못 벌어"…쿠팡 "원거리 배달 기피 막기 위함. 멀리 가면 큰 보상"

쿠팡이츠가 수수료를 내린 첫날 일부 라이더들은 쿠팡이츠 배달을 거부했다.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수수료가 건당 600원 줄어들면 하루 평균 10건 정도를 배달하는 라이더는 한 달 약 20만 원 안팎의 수익이 줄어든다"면서 전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한 배달 기사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쿠팡이츠 배달 기사라고 밝히며 휴무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이날 오전부터 라이더들이 자발적으로 쿠팡이츠의 배달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배달 기본요금이 2500원으로 내려가면 하루에 최저임금도 못 번다"고 말했다. 구 팀장은 "라이더뿐만 아니라 식당 사장님들도 쿠팡이츠의 높은 수수료 등으로 불만이 많은 상태"라며 "쿠팡이츠가 배달 업체 중 가장 (수수료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쿠팡 측은 새롭게 바뀐 수수료 정책이 공정한 보수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기본 배달비의 범위를 2500원에서 1만 6천 원으로 넓히고 거리에 따른 할증을 최대 1만 원까지 추가 지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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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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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배달료를 내린 것이 아니라 "먼 거리를 배달할수록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배달 기사들이 원거리 배달을 기피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음식점 선택 폭이 줄고 식당은 판매 기회를 상실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거리 배달 수익도 모두 떨어져, 대국민 사기"…"집단 파업은 안 하지만 대거 이탈할 것"

이에 쿠팡이츠 라이더는 "명백한 거짓말이자 대국민 사기"라고 반박했다. "단거리 콜도 기본단가가 2500원으로 떨어져 수입이 줄어드는데, 거리할증 지급액마저 기존 100m당 100원에서 70원으로 30%나 낮아져 단거리뿐만 아니라 장거리 배달 수익 모두 떨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쿠팡이츠 라이더들이 2km를 초과해 배달한 경우, 100m에 100원씩 추가 할증료를 지급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2.3km를 초과해 배달한 라이더는 2300원을 추가로 받는다. 그러나 이날 배달에 나선 한 쿠팡이츠 라이더는 2300원 대신 1610원만 주머니에 넣었다.

이에 쿠팡은 기본 수수료는 내리지만 최대 수수료를 인상하는 보상 방안을 제시했다. 거리별 할증을 최대 1만원 추가지급하는 식으로 원거리 배달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배달 유니온에 따르면, 거리 할증금액만 최대 1만 원으로 정해졌을 뿐, 거리별 추가 지급액 기준은 정해진 규정이 없다. 기존에는 2km 초과시 100m당 100원이었다면 이날부터는 지역과 수요 등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져, 추가할증료가 1천 원이 될 수도 있고, 아예 없을 수도 있단 얘기다.

이에 쿠팡이츠 관계자는 "단순히 거리에 따른 추가 할증료를 지급하는 일률적인 계산이 아니다"라며 "주문이 별로 없는 지역의 경우 라이더가 빈손으로 돌아올 수 있단 점과 수요와 공급, 날씨, 거리를 모두 고려해 배달을 꺼리는 지역에 가는 라이더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롭게 바뀐 수수료 체계가 적용되면 원거리 배달 기피 현상은 사라질 것"이라며 "오늘은 적용되는 첫 날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지역별로 어느 정도의 수수료가 더 적정한지 정교하게 할증 금액을 갖춰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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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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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쿠팡이츠 배달은 큰 무리 없이 접수되고 있다. 일부 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하긴 했으나 배달을 하는 만큼 수익을 얻는 개인사업자여서 집단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라이더들의 단체 파업 가능성보다는 타 업체로 대거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사측과 배달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쿠팡이츠로 이탈하는 배달원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해 말부터 배달파트너에게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 상한선(1만 5천 원)을 없애 '수수료 무제한' 시대를 연 바 있다.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등으로 라이더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 하에 신규 라이더 유치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배달파트너는 최저 3100원에서 주문량이나 날씨에 따라 상한 없이 탄력적으로 할증이 적용된 배달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약 2개월 만인 지난 1월 말 수수료 인하 방침을 통보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상장을 앞두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미국 상장과 관련된 사안은, 상장을 앞둔 만큼, 미국증권거래위원회 규정상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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