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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경기 다 져도 좋다, 내야수 한 명 키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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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내가 찐이야] [6] KIA 2군 총괄코치 이범호

조선일보

이범호 KIA 2군 총괄코치가 지난달 전남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활짝 웃는 모습.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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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프로야구판은 ‘준척급’ FA(자유계약선수) 영입 경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KIA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09·2017년 반짝했다가 이듬해부터 중하위권에 그친 KIA엔 그동안 ‘신인 못 키우는 팀’ ‘선수층 얇은 팀’이란 오명이 붙어 다녔다. 이에 KIA는 2년 전부터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유망주 육성을 기조로 내세웠다. 예전의 해태, 지금의 두산처럼 주전이 빠져도 백업이 금세 그 공백을 메우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군에서 젊은 선수와 함께 호흡하며 옥석을 가리는 중책을 맡은 사람이 이범호(40) 총괄코치다.

◇KIA의 우선 과제는 육성

최근 KIA의 2군 구장 함평 기아 챌린저스필드에서 만난 이 총괄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 좋은 전력을 오래 유지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퓨처스리그에서 전패하는 한이 있어도 최대한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제가 내야수 출신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내야수가 마음에 걸리네요. 풀 시즌을 뛸 수 있는 좋은 내야수를 만드는 게 첫 번째 과제입니다. 강팀을 보면 내야는 고정적이고, 외야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은 데 2020년 KIA는 정반대였어요. 그게 작년 팀에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많은 팬이 ‘이범호의 후계자’를 찾는다”는 물음에 “홈런을 20~30개 치고 클러치 능력도 있는 내야수가 지금 팀에 꼭 필요하다. 팬들도 그런 선수를 애타게 찾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2019년 은퇴한 이 총괄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가 코로나로 귀국했다. 지난해엔 구단 스카우트를 맡아 각종 대회 등 현장을 다녔다. 그는 그 과정에서 선발뿐 아니라 육성의 중요성도 느꼈다고 했다.

“각팀 스카우트들이 선수 보는 눈은 거의 비슷해요. 비슷하게 뽑아도 어느 팀은 잘 되고 어느 팀은 안 된다는 건데, 유독 잘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선수 기량이 얼마나 오를 수 있을지 체크하고, 그것에 맞게 출전 기회를 주는 것이 코치진의 가장 큰 역할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은 선수 몫이죠. 훈련과 몸 관리까지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1년에 야수 한 명, 투수 한 명만 나와도 성공인 겁니다.”

이른바 ‘멘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원래 캠프 때까진 멘털 문제는 별로 없어요. 다만 시즌 시작 후엔 제가 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수 한 명 한 명 성격이 어떤지 파악해서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써야죠. 그래도 (선수 시절부터) 저와 함께 했던 선수들이라 어느 정도 알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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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2군 총괄코치가 지난달 전남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활짝 웃는 모습.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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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엿한 KIA맨

이범호 총괄코치는 대구고를 나왔다. 2000년부터 10시즌을 대전 연고 팀 한화에서 보냈고, 그곳에서 ‘꽃범호’란 별명도 얻었다. 그는 일본에서 1년을 뛴 뒤 2011년 FA로 KIA 유니폼을 입고 9년을 뛰다 은퇴했다.

“(연고지 출신이 아닌데도) 구단에서 은퇴식을 화려하게 열어주고, 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팀에 애착이 더 생겨요. KIA가 고향팀이나 첫 팀은 아니지만, 어쩌면 마지막 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그가 2군 총괄이란 중책을 맡자 지도자로서 ‘꽃길’을 걷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이에 대해 “지금은 맡은 일에 충실해 선수를 키우며 재미를 느껴야 할 때”라며 “스케줄을 짜고, 일주일에 한 번씩 (광주에) 가서 보고하고 회의하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KIA는 물음표투성이다. 에이스 양현종이 빠졌고 불펜은 과부하가 우려된다. 외야수 프레스턴 터커를 1루로 옮기며 내야를 보강했으나 내·외야 모두 여전히 빈자리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총괄은 올해 팀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믿는다.

“작년 애런 브룩스의 가족 교통사고 때 구단이 곧바로 귀국시킨 일을 계기로 구단과 선수 간 신뢰가 두터워지고 팀이 끈끈해졌어요. 지금 분위기는 마치 우승했던 2017년을 떠올리게 해요. 올해는 한두팀을 제외하곤 전력이 평준화될 걸로 예상하고, 큰 경기에 강한 게 우리 팀 특징이라 (포스트시즌에서도) 붙어볼 만하다고 봐요. 팬들이 야구장에서 팀 걱정 안 하고 즐겁게 웃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함평=김상윤 기자]

[함평=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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