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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박영선 "서울 집값 경착륙 안 돼...필요하면 모든 시민에게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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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빅3 한국일보 인터뷰 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서울시장 되면 재선 도전? "당연하다"
친문인가? "나는 문재인정부 국무위원"
"공급확대로 틀기 전엔 부동산 정책 미진"
"野 시장으론 코로나 조기종식 어려워"
한국일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서울 종로구 선거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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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뛸 더불어민주당의 선수가 정해졌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집권여당 소속이지만 이번 선거는 느긋한 방어전은 아니다. 민주당 소속 전직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데다, 싸늘한 부동산 민심에서 비롯한 정권 심판 바람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한달 안에 박 후보는 왜 자신이 적임자인가를 1,000만 서울시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한국일보는 2일 서울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박 후보를 만나 '왜 박영선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답을 들어봤다.

박 후보는 답변을 피해 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경기도처럼 중앙 정부와 별도로 모든 서울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선 “소상공인 매출이 어느 정도 이상 떨어진다면 전 시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흘러간 부분이 있다”며 일부 한계를 인정했다. 치솟은 서울시 집값에 대해선 “급격하게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부동산 규제 완화보다는 공급 확대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박 후보는 자신이 '친문재인'이라면서도 "민주당이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표 정책인 청계천 복원을 두고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권 심판 바람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여론이 팽팽하다. 대통령 임기 4년차에 치러지는 쉽지 않은 선거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야당 소속 서울시장이 당선되면 현 정부와 공조가 잘 안 돼 코로나19의 조속한 종식 등 서울시민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견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경선에서 이긴 이유가 뭐라고 보나.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서울시 대전환'이라는 비전과 ‘21분 콤팩트 도시’ 공약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 서울을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할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당원들의) 바람도 반영됐다고 본다.”

-본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본인이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평당 1,000만원 ‘반값’ 아파트 공약은 서민층의 내 집 마련 꿈을 앞당길 수 있다. 다른 후보들에겐 없는 공약이다. 둘째, 차기 서울시장의 최우선 과제인 코로나19 종식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다. 제가 문재인 정부와 협업을 가장 잘할 수 있다. 야당 소속 서울시장이 되면 정부와 공조가 잘 안 돼 서울시민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셋째, 중기부 장관 출신으로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가장 잘 이해한다. 청년·소상공인 대상 ‘5,000만원 무이자 대출’ 공약은 반향이 상당하다.”

-아파트 공급 공약은 야당 후보들도 내놓지 않았나.

“다른 후보들은 주로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공약을 내놨다. 규제를 풀어 집을 짓는다고 해도 서민들에게는 (비싼 집값 때문에) 그림의 떡 아니겠나. 반값 아파트는 차별성이 있다.”

-경기도는 1인당 10만원씩 모든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줬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그럴 의향이 있나.

“필요하면 해야 한다. 다만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문제다. 지난해 모든 국민에게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당시 소상공인 매출은 평소의 50~60% 수준까지 떨어졌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인 6, 7월엔 매출이 105%까지 회복됐다. 현재 소상공인 매출이 장기간 평소의 75%보다 내려가면, 전 시민 지급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매출이 더 떨어지면 전 시민 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창고에 곡식을 쌓아두는 건 곡식이 필요할 때 그걸 내보내기 위해 쌓아두는 것이지, 영원히 보관하라고 쌓아두는 건 아니잖은가.”

부동산ㆍ주거 정책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보수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의 근저에는 보수 정권 때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집값 때문에 멀어진 내 집 마련의 꿈, 전세난에 대한 불만이 자리한다. 박 후보는 이를 넘어설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다른 지역 집값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강남 집값에 주로 신경을 쓰다 보니, 그 이후 나타난 금융, 유동성 등의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것과 맞물리며 부동산 정책이 기대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책 기조를 ‘공급 확대’로 틀었다.”

-공급 확대로 틀기 전엔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국일보

야권 후보 중 누가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지 묻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다 일장일단이 있는 후보들이다. 누구도 결코 쉽지 않은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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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기한 연장 등 임대차보호3법은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 자체는 맞는다. 더 일찍 시행했어야 하는 제도로, 주요 선진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정착돼 있다. 다만 코로나발(發) 유동성 확대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전세 제도라는 한국만의 특수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예상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져버렸다. 제도 시행 당시에 ‘일정 부분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참고 인내하며 가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강하게 냈어야 했다.”

-집값 과열 등 부작용을 잡기 위한 핀셋 규제 완화 계획은 없나.

“저의 공약은 30년 이상 된 임대주택 단지에 임대로 살고 계신 분들은 그대로 살게 하면서 용적률을 높여 평당 1,000만원에 분양하는 것이다. 공약이 실현되면 집값이 상당히 잡힐 것이라고 본다.”

-현재 서울시 집값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나.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서울 모두 다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가 많고, 소득 수준이 높은 국제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다.”

-서울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하나.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도 나쁘지만,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집값이 연착륙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반값 아파트 30만 가구 공급을 공약했다. 경기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규모다. 어디에 짓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공공주택 부지는 생각보다 많다. 우선 30년 넘은 낡은 공공임대주택 단지부터 재건축할 계획이다. 강남ㆍ북에 후보지 3, 4곳이 있다. 둘째,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다. 서울 주택의 평균 층수는 2.5층이다. 저층 주택이 많은 역세권 주변을 개발하면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 셋째, 알짜 부지도 많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지을 수 있다. 마곡ㆍ탄천ㆍ중랑 등 물재생센터 부지도 주택용지로 활용할 수 있다.”

-‘21분 컴팩트 도시’가 대표 공약이다. 직장이 멀리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중기부 장관을 할 때 보니 이주하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서울에 있는 일자리를 새롭게 배치하고, 기반시설을 유치하면 21분 도시가 충분히 가능하다. 강서 마곡지구를 보라. LG의 R&D(연구개발) 센터가 들어서고, 코오롱이 입주하며 별천지가 됐다. 마곡지구에 딱 하나 없는 것이 도서관인데, 서울도서관 분원을 빨리 착공해 드리겠다. 강동 둔촌지구도 살기 좋은 마을인데, 예술가가 많이 모인다고 하니 미술관을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 이런 바람직한 모델을 늘려가겠다.”

-‘수직 정원’ 공약을 두고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이 생각난다는 지적이 있다.

“청계천은 생태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잘한 정책 아닌가. 물론 (인공천이 아닌) 자연천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서울이 세계 도시의 경쟁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생태 도시가 돼야 한다. (땅이 제한돼) 공원을 옆으로 넓히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수직정원은 생태도시의 상징물이 될 것이다.”

여의도에서 4ㆍ7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정치적 함의가 크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 깃발을 높이 들 것이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하나.

“(정권 심판론과 국정 안정론의) 여론이 팽팽하다. 대통령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선거다. 쉽지 않다. 그런데 한번 상상해보라. 차기 서울시장과 문재인 정부 간 협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를 말이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선 안정적인 시정, 현 정부와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중도층의 표심 공략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민주당이 ‘품이 넓은 당’이 돼야 한다. 이는 당이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따뜻하고, 겸허한 자세로 다가가겠다.”

-스스로 '친문재인'인가, '비문재인'인가.

“저는 서울시장 후보 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유일한 사람이다(웃음).”
한국일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답변을 고민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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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에서 국회 세종시 이전 등 지역 균형발전 의제가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나.

“서울시민들의 생각이 과거와 많이 바뀌었다.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사당 이전에도 60% 이상이 찬성한다. 국가 전체적으로 그 방향이 맞는다고 판단되면 서울시민도 이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차기 서울시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한번 더 도전할 계획인가.

“당연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5년 임기의 시장을 뽑는 선거다.”

-차기 대선에 도전할 계획은.

“서울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경선 과정에서 여성ㆍ소수자와 관련한 행보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오해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대기업 이사회에 '서로 다른 성별'이 반드시 한명 포함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이를 서울시 정책으로 추진할 것이다. 장애인 정책을 위해 장애인분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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