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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발사 전 격멸시킨다…오바마 이어 바이든 꺼낸 대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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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준비 단계서 사이버·전자전으로 무력화

오바마 정부 말기에는 '선제타격'까지 검토

중앙일보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ICBM 개발을 대폭 늦추기 위해 사이버·전자전 형태의 '발사의 왼편' 전략을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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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략을 재검토 중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을 사전에 무력화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 전략은 사이버전·전자전을 통한 사전 발사 차단뿐만이 아니라 과거 오바마 정부 말기에 검토했던 선제타격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논의를 촉발한 건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의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화상회의 발언이다. 하이튼 차장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방어체계와 관련해 "요격에 초점을 맞춘 기존 방어전략은 (사드ㆍ패트리엇 등) 요격체계의 수량을 고려할 때 한계가 분명하다"며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차단하는 발사의 왼편에 초점을 둔 종합적인 방어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케네스 윌즈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도 "태평양공군은 사이버사령부ㆍ우주군 등과 함께 발사의 왼편 전략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발사준비→발사→상승→하강으로 이뤄진 미사일 비행 4단계에서 '발사'의 왼쪽에 있는 '발사준비' 단계에서 미사일 기지나 이동식 발사대(TEL)를 무력화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군이 추진하는 선제타격 체제인 킬 체인(Kill Chain·전략목표 타격) 개념과 비슷하다. 미군은 실제 1991년 걸프전쟁 당시 특수부대를 동원해 이라크군의 스커드 미사일 기지를 정찰한 뒤 공군 전투기가 사전에 타격하는 '스커드 사냥'을 했다.

오바마 정부는 발전된 군사 기술을 활용해 이 전략을 북한에 적용하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미 국방부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사전에 포착할 경우 수 초 내 무력화하는 사이버ㆍ전자전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속도를 대폭 늦추기 위한 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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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탄도미사일사거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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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오바마 정권 말기에는 미사일 기지 등을 직접 미사일로 때리는 선제타격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는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함께 선제타격을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런 전략이 재부상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군사적 압박'으로 해석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군이 발사의 왼편 전략을 실전화할 경우 핵ㆍ미사일에 의존해 협상을 벌이는 북한 입장에선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그런 메시지를 조금씩 흘리는 건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압박"이라고 짚었다.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을 했던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증강시킨 만큼 미국의 실질적인 방어를 위해 이젠 발사의 왼편 전락이 필수불가결해졌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단 바이든 행정부는 발사의 왼편 전략 외에도 대북 당근 카드를 동시에 준비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실무진을 중심으로 '바텀 업(bottom up)' 방식으로 대북 정책을 재정립하는 가운데 미 국방부와 합참이 하나의 옵션으로 준비하는 것"이라며 "당근과 채찍을 모두 검토한 뒤 상황에 맞춰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사의 왼편 전략은 사실상 무력 충돌까지 준비하는 전략이다. 월러스 그렉슨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미 미사일 발사준비 단계에서 해당 미사일 외에 다른 전력의 추가 보복 태세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자칫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훈련, 한미동맹에 가장 중요"



한편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모든 훈련은 한국의 동료들, 그리고 동맹과 보조를 맞춰 진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러면서 "훈련과 준비태세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미군 및 동아시아 지역 내 핵심축(linchpin)인 한미동맹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은 최고 수준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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