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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징집 반대" 병역거부···유죄 원심 깬 대법 "상세 소명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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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내 첫 종교적 신앙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지난해 10월 대전교도소에서 첫 대체복무를 시작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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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군 징집 제도를 비판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주장했다가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검토한 이후에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에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16년 현역 입영 통지를 받고도 이를 거부한 K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북부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1ㆍ2심에서 K씨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면서 강제 징집하고 있다”며 “모병제라는 대안이 있는데도 강제 징집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K씨의 사례는 앞서 법원이 인정한 종교적 사유 또는 비폭력ㆍ평화주의 사상으로 인한 양심적 병역거부와는 달리 군의 징집 제도를 문제 삼은 경우였다.

이에 대해 1심은 “국방의 의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종교ㆍ양심의 자유가 이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K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징집으로 양심이 제한되더라도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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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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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진정한 양심’의 요건을 갖추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의 구체적인 내용, 양심의 형성 동기와 경위를 구체적인 자료로 소명 받아 병역 거부에 이르게 된 양심이 진정한 양심인지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심이 소명 자료를 받지 않고 유죄 판결을 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면서다.

재판부는 “다만 추가 심리를 통해 ‘진정한 양심’에 따라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는 K씨가 반드시 무죄인 것이 아니라, 절차적인 흠결을 보완해 다시 심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이후 관련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 등 개별 상황에 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추세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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