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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라면형제 방지' 원격수업 학생도 '급식' 호언장담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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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공언에도 일선 학교 관망…"급식부담 지나쳐"

학생신청 거쳐 식자재 발주와 급식계약도 고려해야

뉴스1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에 1학년 신입생들이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등교하고 있다./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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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교육당국이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도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 급식 제공까지는 한 달가량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일선 학교에 '탄력적 희망급식 운영'에 관한 안내 공문을 보내고 희망급식 추진 시기를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공문에서 "희망급식 제공은 3월에 입학·개학하는 학생의 신청이 필수"라며 "식자재 발주, 계약, 인력확보 등을 진행하면 4월에 정상적으로 희망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급식 당장 시행은 아니야…3월 준비 거쳐 4월부터

교육부는 지난 1월28일 올해 학사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학생 영양관리를 위해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도 희망하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도 전날(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학교에서 달라진 점 가운데 하나로 원격수업 학생 급식제공을 재차 꼽았다.

이 실장은 "지난해 집에서 스스로 라면을 끓여 먹다가 위험한 일도 있었다"면서 "학교에 어려움이 있지만 집에서 점심을 주기 어려운 가정은 희망을 받아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원격수업 중에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급식을 희망할 경우 예정된 급식인원에 희망학생을 추가해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탄력적 희망급식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시기를 두고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교육부가 희망급식 방침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시·도 교육청에 일임한 탓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희망급식 추진 시기가 3월부터라는 것은 준비기간을 포함한 추진 시기를 의미한다"면서 개학 이후 당장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개학하고 탄력급식 희망을 묻는 가정통신문이 나가서 조사를 끝내야 한다"면서 "조사 결과에 맞춰 식자재를 준비하려면 4월부터 온전히 탄력적 희망급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한 달간 탄력적 희망급식을 준비할 여유가 있지만 교육부가 공언한 대로 일선 학교들에서 실제로 희망급식을 진행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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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전북 전주시 효천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인사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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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급식시간 특성상 급식인원이 많아지면 방역 부담이 커진다. 원격수업을 듣고서 학생이 학교로 오는 시간을 고려해 급식시간 전후 수업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경기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로 있는 정명옥 전교조 영양교육위원장은 "학생들이 와서 급식을 먹고 안전하게 귀가하는 과정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급식 먹으러 오다 사고 우려…낙인효과 탓에 도시락 지원 거론도

교육계에 따르면 적지 않은 학교에서 탄력적 희망급식 운영을 두고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인근 학교 대다수가 상황을 관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급식이 확대될 경우 급식지도 부담이 커져 교사 사이에서도 탄력적 희망급식에 반대가 크다. 원격수업을 듣던 학생이 학교를 오갈 경우 등하교 지도도 추가로 해야 하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학교에 오다가 사고라도 나면 문제가 커진다"면서 "영양교사뿐 아니라 다른 교사들도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학교 급식·방역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탄력적 희망급식을 운영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도 "부득이한 경우 미운영해도 괜찮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급식위생과 운영 관련 사항을 사전에 점검하고 보완한 뒤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 희망급식이 시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학교에서 탄력적 희망급식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학부모 사이에서 일부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학교마다 희망급식을 하는 곳과 안 하는 곳이 나뉘면 형평성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탄력적 희망급식이 오히려 저소득층 학생을 향한 낙인효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을 학교로 불러 급식을 주는 대신 도시락을 가정에 지원하는 대안이 교육계에서 거론되는 이유다.

또 학교에서 탄력적 희망급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교육당국에서 인력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급식보조인력 인건비가 추가로 지원되지만 희망급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장인 한상윤 서울 봉은초 교장은 "탄력적 희망급식을 시행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현재 계획된 것보다 희망급식에 맞춰 더 많은 지원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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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이 부모에게 화분을 선물하고 있다./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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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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