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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0억대 사전투기 논란, 변창흠표 공공개발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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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 신도시 지정 전 광명·시흥 토지 7000평 매입

‘빙산의 일각’ 가능성… 정부, 다른 3기 신도시 전수조사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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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른 3기 신도시에서도 LH나 국토부 직원의 땅 투기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3기 신도시 부지로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및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부지 사전투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2·4 대책’의 핵심인 공공개발이 시작도 전에 발목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 직원 12명과 전직 직원 2명 등 총 14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6번째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내 토지 2만3000여㎡(약 7000평)를 신도시 지정 전에 사들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민변이 제보를 받고 해당 지역의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개의 필지 약 7000평을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직원 대부분은 LH의 서울·경기지역본부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 담당 부서 소속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의혹에 대해 참여연대와 민변은 감사원의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며, 국토교통부와 LH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LH는 연루된 직원들을 전격 직무배제 조치했다.

시장에선 토지 매입 시점이 발표 직전이 아닌 2018년부터인 만큼 직무정보를 이용한 사전투기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정황상 LH 직원들이 공격적인 투자 목적으로 땅을 사들였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참여연대·민변 관계자는 “LH 내부 보상 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 보상기준에 들어간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는데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을 갖게 하는 등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서 신도시 지정 직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 보상액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행위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는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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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반대 의견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작년 연말이나 올해 초 부지를 매입했다면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3년 전 투자 건의 경우 애매한 부분이 있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게다가 이번에 논란이 된 지역은 오래 전부터 개발이 예상돼 일반인들도 많이 투자해왔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제보를 받아 무작위 선정한 일부 필지에서 나온 의혹이 이 정도라면 더 큰 규모의 투기 정황이 드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다른 3기 신도시에서도 LH나 국토부 직원의 땅 투기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의혹으로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토지 강제수용 등 사유재사권 침해 논란이 있는 와중에 개발 주체의 신뢰도까지 추락함에 따라 사업 추진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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