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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항공업계, 정부 지원에도 아쉬움 여전…"당장 먹을 '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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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고 적극적인 금융 지원 필요"…고금리 대출 부담

연합뉴스

지난해 공항 이용객 59% 급감
1월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2021.1.31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3일 저비용항공사(LCC) 지원과 공항 시설 사용료 감면 등을 담은 '항공산업 코로나 위기 극복 및 재도약 방안'을 발표했다.

항공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전면적 지원이 이어진 것을 환영했다. 공항 시설사용료를 감면하고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감면을 검토하는 등의 지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직접 금융 지원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항공사가 올해 3분기까지 2천억원 수준의 자금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며 실사 등을 거쳐 지원 여부 및 규모를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등 LCC를 중심으로 최대 2천억원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항공사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은 이날 국토부 발표에 명시되지 않았다. 지난해처럼 조건이 까다롭다면 올해도 LCC들이 정부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현재까지 제주항공에 2천677억원, 진에어에 400억원, 티웨이항공에 450억원, 에어부산에 1천388억원, 에어서울에 3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의 경우 정부 지원 조건인 부채 5천억원을 넘지 못해 제주항공만큼의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부채를 줄이는 경영을 했던 두 항공사가 오히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경우 대출 금리가 시중보다 월등히 높아 항공사들이 기금을 신청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 시장금리에 사업 리스크를 고려한 가산 금리까지 더해져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출금리가 3년 만기 7%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2조4천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한 아시아나항공이 기금을 모두 사용한다면 매년 부담해야 할 이자만 1천8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만기 10년에 최초 5년 이자를 연 1% 수준으로 항공사에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미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규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보조금이나 대출 지원 규모가 해외보다 작다는 점도 항공사에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은 델타항공에 6조7천억원, 아메리칸항공에 7조1천억원을 지원했다. 유럽에서는 영국항공이 5천억원, 이지젯이 9천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정부 금융 지원 시기가 불명확한 점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당장 위기에 봉착한 항공사의 시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LCC들은 올해도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추가적인 현금 지원이 없다면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공시 기준 제주항공의 자본총계는 2천55억, 자본금이 1천924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내면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앞지르는 자본잠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는 실사 이후 지원 규모를 정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3분기까지를 금융 지원 기간으로 상정한 데 대해서도 항공시장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항공 여객 수요는 올해 하반기까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국제선 여객 실적은 코로나 이전 대비 9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사용료 감면 등의 혜택은 항공사 입장에서 '단비'와 같다"면서도 "사실 가장 시급한 것은 유동성 지원이다. 적기에 자금이 지원돼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 정부가 항공사에 '이불'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당장 먹을 게 없어 굶고 있는 사람에게 이불보다 '쌀'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유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지원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현행 최장 180일에서 코로나 사태 종식까지 무기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국내선을 중심으로 여객 수요 회복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항 내 국내선 업무시설 사용료 감면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국제선 터미널 내 사무실 임대료만 감면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 특성상 한번 무너지면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에 항공업계는 고마움까지 느끼지만,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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