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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남아도는 전기를 수소로" 제주도 재생에너지 저장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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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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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 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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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도 잘 부는데 왜 안 돌지?"

어느 맑은 날 전기차를 타고 제주도 해안가 드라이브를 나선 여행객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수십개 풍력발전기가 모두 멈춰서 있었던 것. 삼다도라는 별명 답게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거대한 바람개비는 미동도 않고 있었다. 고장인걸까. 제주에 사는 지인에 물어보니 고장난 게 아니라 일부러 꺼둔 거라고 했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을 목표로 태양광, 풍력 발전설비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수용할 수 있는 용량보다 많은 전기가 생산되자 강제로 가동을 중단(출력제어)했다고 한다.


제주도가 이처럼 남아도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소나 열로 바꿔 저장하는 실험에 나선다. 공공 ESS(에너지저장장치) 설비용량을 대폭늘리는 한편 제주도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송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제주도부터 분산에너지 시스템의 성공사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제주도는 도내 풍력, 태양광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로 전력수요를 초과하는 전력공급이 발생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연간 3회에 그쳤던 출력제어는 2017년 14회, 2019년 46회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77회에 달했다. 발전기를 멈춰 세워야 하는 이유는 제주도 내 전력 사용량은 한계가 있는데,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용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어서다. 남는 전기를 그냥 흘려보내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산업부는 발전량 관리가 어려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잉여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비전력 부문간 결합(섹터 커플링)을 도입한다. 섹터커플링은 저장 가능한 열, 수소 등과 같은 에너지를 통해 전력 부문과 난방·가스 및 수송 등 부문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풍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필요한 곳에 활용하는 P2G(Power to Gas)나, 전기보일러·히트펌프 등을 활용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P2H(Powe to Heat)가 대표적이다.

독일의 경우 5MW 이상의 P2H 플랜트 25기, 1MW 이상의 P2G 플랜트 8기가 건설돼 운영 중이다. 덴마크는 지역난방 시스템이 보편적으로 보급돼 있는 상황으로, CHP와 P2H를 활용한 전기보일러 운영을 통해 전력시장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산업부는 제주도에서 P2G와 P2H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 P2G의 경우 제주도는 이미 P2G 기술 고도화를 위한 3MW급 수전해 시스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수소의 경우 장기간·대용량·고밀도의 에너지로 저장이 가능한 만큼 제주도내 활용 뿐 아니라 육지로 운송해 필요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 P2H도 제주도에서 먼저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2025년까지 호텔, 병원 등 에너지다소비사업장을 대상으로 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남아도는 전기를 육지로 역전송해 잉여전력을 해소할 방침이다. 현재 육지에서 제주로 전력을 보내는 #1, #2 HVDC 송전라인을 통해 제주에서 생산된 전력을 반대로 육지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주파수 역송 제어 SW(소프트웨어) 개선 및 부하시험 검증을 실시한다.

제주-육지간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실시간 양방향 전송이 가능한 #3 HVDC를 2022년말에 준공하면, 제주도내 재생에너지 수용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계통안정화 ESS 구축, 동기조상기 교체 등을 통해 계통 내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 산업부와 제주도, 전력거래소, 한국전력공사, 한국에너지 공단 등이 참여하는 ‘제주 에너지 협의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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