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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백신의 힘…"아시아 아닌 서방이 글로벌 경제회복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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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강력 대응으로 코로나 감염 억제 성공했지만

백신 접종 서두르지 않아 집단 면역 시기도 늦어질 듯

국경폐쇄·거리두기 등 지속…경제 정상화도 지연

관광·유학생 의존도 높은 호주·뉴질랜드·태국 등 타격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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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시아 국가들이 강력한 봉쇄조치로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백신 접종을 서두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 확산이 심각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것도 아시아 국가들이 아닌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중국, 태국, 호주 등 아시아 국가들은 국경을 차단하고 코로나19 위기에 강경 대응하며 사실상 감염 확산세를 차단했다. 덕분에 이들 국가 경제는 심각하게 추락하지 않았고, 국민들도 거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같은 강력한 봉쇄조치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선 시급한 백신 접종에 대한 필요성이 높지 않다. 이에 따라 잠재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및 예방에 성공적이었던 것이 경제 회복에 있어서는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서방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생활로 복귀했을 때 아시아 국가들은 지속해서 봉쇄 조치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2022년까지 집단 면역 상태에 진입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감염 재확산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미로, 오는 5월까지 미국과 영국 국민 절반이 백신 접종을 마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과 극명히 대비된다고 WSJ은 부연했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류 틸튼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가 코로나19를 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있어 아이러니는, 미국과 유럽이 향후 몇 분기 동안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보여줄 수 있는 반면 아시아는 더 강력한 기반을 토대로 오히려 더 느리게 반등하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악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관광객보다 해외 관광객이 더 많은 중국의 경우 해외여행 제한으로 자국 내 여행 수요가 증가, 관련 소비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관광 수입이나 유학생 소비 등에 의존도가 높은 호주 등의 국가에선 적지 않은 경제적 타격이 발생하고 있다. 호주 국제교육협회의 필 허니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국경 폐쇄로 연간 유학생들로부터 거둬들이는 310억달러(한화 약 34조 7900억원) 중 20%가 감소했다”며 “자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 것인지 불분명하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주로 유학하려던 수요는 국경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가로 이전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아시아 유학을 안내하는 기관 글로벌리치의 라비 싱 이사는 “호주 대학 모집 행사 등록자 수가 50% 급감한 반면, 영국과 캐나다 대학에 대한 문의가 2배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봉쇄 및 검영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감염자를 2500명 이하로 억누르는데 성공한 뉴질랜드는 외국인 노동자와 관광객이 급감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ANZ은행의 쉐론 졸너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경제가 관광 산업 부재로 5% 가량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부양책에 따른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어느 정도는 상쇄됐지만 부양책은 영원하지 않다”며 “국경 봉쇄 조치가 아무리 빨라도 올해 말까지 해제되긴 어렵다. 내년 초에나 국경이 열릴 것 같은데, 이 경우 내년 중반께에나 경제 회복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경제의 최대 20%가 관광과 연관돼 있는 태국은 국경 폐쇄로 최악의 고통을 겪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19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20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태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계속해서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아시아 국가가 서방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는 지난해 악화한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서방국가들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최근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7%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2%에서 0.5%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백신 접종 가속화로 각종 산업이 정상화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대규모 경기부양안까지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레이팅스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소비자 수요가 아시아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더욱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강력한 봉쇄·경계 태세가 유지됨에 따라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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