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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내가 합법…군부, 나 못 잘라” 미얀마 유엔대사의 2차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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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도 군부 시위대 유혈진압 최소 13명 사망

한겨레

지난달 26일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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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합법적인 주유엔 미얀마 대사다.”

유엔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비판했다가 해임된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자신이 여전히 합법적인 유엔 대사라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부는 새 대사를 임명했다고 유엔에 통보해, 누가 합법적인 대사인지를 놓고 유엔이 검토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각)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이 이날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유엔 대사가 된 초 모 툰 대사가 보낸 것과 지난달 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 외교부가 보낸 것으로, 유엔 대사의 자격을 다투는 내용이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주 독특한 상황”이라며 “모든 법, 규정 등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초 모 툰 대사는 편지에서 “미얀마 민주 정부에 대한 불법 쿠데타 가해자들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인가를 철회할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을 유엔 대사로 임명한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여전히 합법적인 선출직 인사라며 “내가 여전히 미얀마의 유엔 대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초 모 툰 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연설해, 미얀마 시민과 서구권 국가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그는 연설 말미에 미얀마 시민들이 저항의 뜻으로 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했다. 곧 9명으로 구성된 유엔 자격심사위원회가 검토해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등 주요 회원국은 미얀마 문민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한편, 3일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에게 또다시 실탄 사격을 가해 10대 소년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언론과 목격자 증언을 바탕으로 중부 민잔과 모니와, 만달레이 그리고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 희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민잔에서 숨진 이는 14살 소년이라며 희생자의 머리와 가슴이 피로 붉게 물든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는 “미얀마 주요 도시 대부분이 (1989년 당시 중국) 천안문광장 같은 상황”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이 군부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치 지도자 석방 등을 촉구하며 이례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압박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대거 사상자가 발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는 없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영국의 요청으로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회의를 오는 5일 열 예정이다. 앞서 안보리는 미얀마 쿠데타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군부를 비난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28일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최소 18명의 시민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일에도 최소 3명의 시민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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