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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르포]'양회 망칠까' 핵산검사에도 비대면 인터뷰..초고강도 방역나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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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개막 전 첫 일정 정협 기자회견

새벽 6시부터 집결해 코로나19 검사

"한명이라도 양성이면 전원 참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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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마치고 격리하는 호텔 앞에 방역요원들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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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앞으로 6시간 정도 호텔방에서 움직이지 말고 결과를 기다려주세요. 회의장에는 코로나19 핵산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명이라도 양성이 나오면 모두 입장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중국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베이징 새벽공기는 제법 차가웠다. 오전 6시(현지시간) 양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에서 2km 정도 떨어진 화빈(華濱)국제 호텔에는 취재진들이 몰렸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한 외신 기자들이었다. 정협 기자회견은 양회 행사의 첫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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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관계자가 양회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오는 외신기자의 건강코드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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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각 언론사 특파원 20여명이 이곳에 모였고 한국 매체중에서는 이데일리가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기자회견은 오후 3시부터 였지만 특파원들은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새벽부터 모였다.

“이렇게 빨리 모일 필요가 있나요. 아무리 중요한 행사라고 하지만…” 일부 기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세계 각국에서 온 특파원들은 호텔로 도착해 체온을 체크한 후, 스마트폰 건강 QR 코드와 14일간 방문지 이력을 조회하는 화면을 제시해야 한다. 14일 간 베이징에만 있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2층에 위치한 미디어 작업팀 핵산(PCR)검사실로 이동했다. 큰 홀에 마련된 검사실은 명단을 확인하고 검사키트를 나눠주는 곳과 핵산검사를 진행하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키트를 받아 들고 가자 검사요원은 앞서 채취한 샘플과 자신의 손, 책상 등에 소독약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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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2층에 위치한 전용 코로나19 핵산검사실 내부 모습.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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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0번 가까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결과지를 요구함) 이번이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기자가 자리에 앉자 검사요원은 한 뼘 만한 면봉을 목구멍에 밀어넣었다. 다행히 목구멍을 훑는 정도로 수초만에 끝났고 콧구멍 검사는 없었다.

다시 로비로 내려가 입실 수속을 밟았다. 코로나 검사 후 외부인과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이곳에서 격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권을 스캔하고 입구에 들어올때 보여준 화면을 제시하고, 입국날짜를 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해 입실 수속은 꽤 시간이 걸렸다.

한 정부 측 관계자는 “지금부터 방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 한명이라도 양성이 나오면 전원 참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밀접접촉자가 아니라도 못들어가냐”고 묻자 그는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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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사요원이 체취한 타액 샘플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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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받아들고 호텔 방에 들어가는 길에는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아침 도시락’을 배분해 주고 있었다. 잠재적 코로나19 보균자가 된 느낌이었다. 아침 도시락은 샌드위치와 우유, 점심 도시락은 중국식 요리가 제공됐다.

오후 1시쯤 버스를 타러 내려오라는 문자가 왔다.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음성이 나온듯 했다. 특파원들은 다시 로비로 모여 버스를 타고 기자회견이 열리는 미디어센터로 이동했다.

미디어센터에서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체온체크를 한후 보안검사를 거쳐 입장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중국 기자들도 모여 80석의 좌석을 가득 메웠다.

궈웨이민(郭衛民) 정협 대변인이 스크린으로 얼굴을 비췄다. 어차피 비대면인데 왜 격리까지 한건 지 허무했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매체 기자는 “우리는 사흘전부터 핵산검사를 하고 지정호텔에서 지내고 있다”며 “현장에 가는 기자들과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철저히 검사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양회 일정을 두달 여간 미뤘지만 올해는 제때 열기위해 초강도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이는 수천여 명의 전인대·정협 대표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 회의장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를 비롯해 각 지방 지도자급들이 참석하는 만큼 한 치의 오류도 허가하지 않는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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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웨이민(郭衛民) 정협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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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 대변인은 “2021년은 중국 현대화 건설 진행 과정에 있어 특별한 중요성을 가진 한해”라며 “우리는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성대하게 경축하고, 14차 5개년 경제계획을 제정·실시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정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2021년부터 시작하는 14차 5개년 경제계획을 최종 승인하는 것은 물론 2035년까지 중장기 경제 운영 방향도 공개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두개 백년 목표가 교차하는 해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올해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완성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2049년)까지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실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맞서는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몽(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야심을 어떻게 실현할지 그 방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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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센터로 들어오는 외신기자가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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