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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7년전 좌천지 대구서 "고향온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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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與 중수처 갈등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대해 이틀째 맹비판을 이어갔다. 3일 윤 총장은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지금 진행 중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즉 '검수완박'이라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이는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과 지검 주변에는 지지자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윤 총장은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수청 반대를 위해 총장직을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해 "소신을 밝히려면 직(職)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여권의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신설법 추진에 "직을 걸어 막겠다"고 하자, 정 총리가 직접 사퇴를 거론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을 통해 "윤 총장은 자중해야 한다"며 "국민을 선동하는 행태에 매우 유감스럽다"고도 했다.

정 총리는 또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 있음을 밝혔다.

[한예경 기자 / 박윤예 기자]

보수텃밭 간 윤석열…"소송만 하라는 건 檢폐지나 다름없다"


'좌천 근무지' 대구서 간담회

정계 진출 가능성 질문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 아냐"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 든다"
청사인근 피켓 든 지지자 몰려

朴법무 "좀 부드럽게 말하길"
만남 제안했지만 성사 힘들 듯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여권을 향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연일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거대 여당의 입법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윤 총장이 대국민 여론전을 통한 정책 수정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분석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과 만남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갈등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3일 오후 윤 총장은 대구고·지검 방문길에 취재진과 만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반대 취지를 묻는 질문에 "검찰 수사권이 사라지면 권력형 비리 등을 처단할 수 없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밝혔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중수청 설치법안에 대해 "직을 걸고 막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연일 고강도로 여당을 비판한 것이다. 대외 발언을 아껴 왔던 윤 총장이 여권에 대해 전격적인 비판 공세를 이어간 것은 여론전을 제외하곤 중수청 설치를 막을 방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윤 총장이 대구를 방문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 팀장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 의견에도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밀어붙이다 좌천된 바 있다. 좌천된 윤 총장이 전보된 곳이 대구고검이었다.

이날 대구지검 앞에는 오전부터 윤 총장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20여 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화환에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정의 바로잡아 기생충 박멸해 주세요' '양심검사 국민검사 건들지마' 등 문구가 적혔다. 윤 총장 방문이 가까워지자 지지자 100여 명이 몰리면서 청사 안은 정치인의 선거 유세전을 방불케 했다. 일부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들고 있었다. 야당 텃밭인 대구에서 윤 총장이 '대선 후보급'의 큰 환대를 받은 셈이다. 윤 총장은 검찰청사 내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대구는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장"이라며 "검사 생활 초임지로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윤 총장이 답변을 하는 도중에도 지지자들은 계속 "윤석열"을 연호한 반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들은 "윤석열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충돌했다. 윤 총장은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윤 총장은 이날 대구고·지검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며 조직 내부 다지기에 들어갔다. 그는"수사는 재판의 준비과정이므로 수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만 하는 것은 검찰의 폐지와 다름없다"며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수사권이 폐지되면 재판 과정에서 대응이 어려워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지능화, 조직화된 부패를 처벌할 수 없게 돼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윤 총장의 행보를 경계하는 기색을 비쳤다. 그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직접 만나서 얘길 나누면 좋을 텐데 이렇게 언론을 통해 대화하니 조금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또 "좀 부드럽게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윤 총장이 언급한 '수사영역별 검찰 분리 방안'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박 장관이 4일 광주고·지검을 방문해 평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전남 목포 스마일센터 개소식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만남 제안에도 양측 간 회동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예상이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장 인사에서도 박 장관은 소통을 강조하는 척했다가 결국 검찰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이번에도 결국 보여주기 식 만남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검찰에선 중수청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 취합 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김민아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망에 "법무부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들을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검에선 의견 취합 설문지가 편향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남부지검장은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심재철 검사장이다.

[류영욱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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