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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윤석열, 사실상 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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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국민일보 특종 보도 이후, 어제 석간 문화일보, 그리고 오늘 아침 조간신문 대부분은 윤석열 검찰총장 인터뷰 내용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동안 막아놓았던 봇물을 터뜨리듯 장문의 격정 토로를 했기 때문에 분량이 단편소설 분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도 요점은 분명하다. 논리도 날이 서 있다. 언론의 해석도 비교적 일치돼 있다.

윤석열 총장의 작심 인터뷰가 쏟아놓은 요점은 무엇인가. 집권 여당의 강경파들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사·기소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검찰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려 드리기 위해 먼저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말씀 드리겠다. 이것은 작년 10월 관련 법안들이 공포됐고, 올해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검찰이 갖고 있던 중요 권한을 빼앗아 경찰에 넘겨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검찰은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경찰은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수사종결권이라는 매우 중요한 권한을 갖게 됐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할 수 있는 직접 수사 범위는 여섯 가지 범죄로 축소됐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등 6가지다. 그것이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그런데 집권 여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찰개혁 시즌 2’를 밀어붙이고 있다. 즉 여당은 6대 범죄 수사권마저 검찰 손에서 빼앗아서 법무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언론은 이것을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이라고 한다. 그러면 검사는 뭐하라는 것이냐? 앞으로는 재판정에 나가서 변호사와 다툼을 벌이는 공판검사 역할만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윤석열 총장이 공판검사로서의 역할을 낮추어 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는 수사와 공소유지를 비교하면 “1대6”이라고 할 정도로 재판정에서 공소유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수사를 하지 않고는 공소유지가 힘들다는 주장을 20여 년에 걸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재판에 참여해서 피고 측 변호사의 회피 논리를 부술 줄 알아야 하고, 판사를 설득할 줄 알아야, 그것을 토대로, 그런 공방을 벌였던 경험이 쌓여서 제대로 된 수사도 할 수 있고, 공소유지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가벌성이 없거나,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 어려운 사건까지 불필요하게 수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인권침해라고 했다.

윤 총장의 결론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서는 중대범죄를 응징할 수 있는 국가 전체의 반부패 역량이 약화된다고 했다. 중대범죄자, 즉 사회적 강자, 즉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지 못하게 되는 것이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 퇴보요, 헌법정신 파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주장을 왜 윤석열 총장의 ‘정치 선언’이요 사실상 ‘출마 선언’이라고 보는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윤 총장이 자신의 신상발언을 했다. 그동안 자신이 일방적으로 겪어야 했던 고초를 의연하게 말했다. 둘째 그가 시종일관 강조한 말이 ‘국민’이다. 지금까지 신년사, 혹은 새내기 검사들에게 인사말을 할 때도 국민을 강조해왔지만, 그것은 간접화법이었다. 이번에는 국민들에게 직접화법을 쓰고 있다. 세 번째로 그는 “100번이라도 직(職)을 걸겠다”고 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직을 걸겠다는 것은,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못하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겠다는 뜻이다.

요약하자면, 윤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국민만 바라보겠다”, “때가 되면 사표를 던지겠다”. 이 세 가지는 명백한 ‘정치 개시 선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은 야권의 대통령 후보군 중에서 압도적인 선두 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본격적인 대권 후보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의 인터뷰는 사실상 대선 출마 기자회견문처럼 보이는 대목도 있다. 그는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법에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클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이러한 말들은 다른 대권 후보들한테서 들어본 적이 없는 강력한 ‘정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민들을 향한 직접적인 호소 목소리도 완전히 달라졌다. 직접 육성을 들어보면 이렇다. “국민들께서 코로나19로 힘드신 줄 알고 있습니다. 검찰을 둘러싼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피로할 지경이며 내용도 자세히 알지 못하실 것입니다. 다만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잘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어제 검찰 출입기자들은 대검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 법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국회통과를 추진하면 윤 총장이 사퇴도 고려하고 있느냐.” 대검 관계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윤 총장은 어떤 사안에서도 직에 연연하지 않았다. 국민이 피해를 볼 제도가 만들어지는 부분에 대해 공직자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가만있으면 안 된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그렇다. ‘사퇴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만약 4월7일 서울시장 선거 전에, 여당이 중수청법을 발의하거나 혹은 당론으로 확정지으면 윤석열 총장은 바로 사표를 던질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제일 두려운 상황이란 그들이 주도하는 이슈가 묻혀버리고 대신 야당이 이끄는 이슈 혹은 ‘윤석열 이슈’가 전면에 부상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그리고 ‘중대범죄수사청’ ‘4차 재난지원금’ 얘기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데, 거꾸로 ‘윤석열 정치 선언’과 ‘윤석열 대권 잠룡 선언’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상황이 제일 염려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며, 중수청법과 관련 ‘속도 조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고, 시행 유예기간을 2~3년 두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봤을 때는 악재가 겹쳐 있다. 무엇보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찬성 여론이 부산에 매우 신통찮게 나오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2위인 민주당 후보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별 이슈 없이 무난하게 올라선 반면, 야권에서는 앞으로 뜨거운 이슈가 계속 남아 있다. 일단 3월4일 오전9시에 발표될 국민의힘 후보 발표도 관심이고, 그 후보와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이슈도 뜨거운 관심이다.

그런데 여기에 윤석열의 ‘정치 선언 폭탄’까지 터진 것이다. 윤석열 정치 선언은 본인이 대권 가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는 점, 또한 서울시장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슈가 될 것이다. 3월1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15.5% 지지율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공동2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3.6%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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