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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검찰 심리전문가, '정인이 양모 거짓말' 전원일치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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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이 사건'의 첫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원이 피의자인 양부모에 대해 살인죄 기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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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밟은 적 없다' 주장 거짓…사망 당일 '쿵' 소리 여러 번 증언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양부모 학대 끝에 사망한 것으로 조사된 '정인' 양 사망 당일 덤벨이 떨어지는 듯한 '쿵'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정인 양 양어머니는 아이를 밟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검찰 심리분석전문가 전원일치로 거짓말 판정한 사실도 전해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3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어머니 장모 씨,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양아버지 안모 씨의 6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아랫집 주민 A 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위층에서 진동과 함께 큰 소리가 들린 적이 있다"며 "마치 헬스장에서 사용하는 무거운 덤벨을 바닥에 내려놓을 때 나는 '쿵' 소리가 심하게 울렸다. 남자들이 무거운 운동기구를 들고 내려놓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정인 양과 양부모가 거주하던 윗집에 올라갔으나 양어머니 장 씨는 거듭 '죄송하다', '지금은 이야기할 수 없다' 등의 말만 했다고 한다. 지난해 추석 전에는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던지는 듯한 소리가 몇 시간 동안 났다고도 했다.

B 씨는 "추석 전 남편은 벌초하러 가고 혼자 집에 있었는데 (윗집에서) 여성이 소리를 지르면서 물건을 막 던지는 소리가 났다"며 "심한 날은 몇 시간 동안 비슷한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부부싸움인가 했는데 성인 남성이나 다른 사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장 씨가 정인 양을 홀로 방치하고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는 등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재판에 나온 또 다른 증인 B 씨는 "지난해 9월 초에 한 카페에서 장 씨와 만났는데 '(정인 양이) 중간에 잠이 들어 차에 두고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모임이 1시간 넘게 이어졌음에도 장 씨는 '휴대전화 하나를 차에 두고 와서 아이가 울면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정인 양이 걱정된 B 씨는 직접 장 씨의 차로 가서 정인 양을 확인했다며 "(정인 양이) 자고 있긴 했지만 여름이고 비도 오고 있는데 차 문이 거의 안 열려 있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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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 씨가 1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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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는 또 장 씨가 정인 양을 제대로 먹이지도 않았고, 양아버지 안 씨도 방치했다고 증언했다.

B 씨는 "장 씨가 (정인 양에게) 거의 맨밥만 먹여서 '아이 얼굴이 안 좋은데 고기반찬도 먹여봐라'고 했지만, 장 씨는 '간이 돼 있어서 못 먹인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물에 (반찬을) 씻겨서라도 먹여라', '동치미 국물이라도 떠주며 어떠냐'고 거듭 권유했지만, 장 씨는 대부분 상추만 뜯어서 밥과 함께 먹였다고 한다. 당시 안 씨도 이런 장 씨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고 첫째 딸만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심리분석관 C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C 씨는 대검찰청 녹화분석과 소속 심리분석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심리 생리검사(조사 대상자의 신체적 변화를 측정해 대상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추론하는 검사) 결과, 정인 양의 배를 밟지 않았다는 장 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 씨는 "장 씨에게 '정인 양을 발로 밟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장 씨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는데, 4명의 분석관이 채점한 결과 모두 다 '거짓'으로 판정했다"고 했다.

이어 "장 씨는 '정인 양을 바닥에 던진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는데 이 역시 분석관들이 독립적으로 채점을 했을 때 모두 '거짓'으로 판정했다"고 덧붙였다. 장 씨는 검사 당시 이런 질문을 받고 눈을 감거나 침을 삼키고, 다리를 꼬는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C 씨는 "정인 양을 저항할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본인의 스트레스나 부정적 정서를 그대로 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 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PCLR) 평점 척도를 보면 총점이 22점으로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점인 25점에 근접한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장 씨 측은 정인 양의 배를 한 차례 폭행하고 정서적 학대를 가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맹세코 복부를 발로 밟은 사실이 없다. 감정 결과를 봐도 피해자를 미필적 고의로나마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며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장 씨 측 변호인은 "사망 당일 피해자의 배를 한 대 세게 친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의 강한 외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양육 과정에서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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