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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통영해경 A 경장의 죽음 '태움' 논란 … 청와대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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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찬 기자(ycsgeoje@naver.com)]
지난달 25일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34) 경장이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A 경장은 거제에 있는 해양파출소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8일 통영 본서로 전출돼 행정업무를 맡아왔었다.

출근하지 않는 A 경장을 동료가 찾아갔지만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프레시안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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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장은 새로운 부서에 배치된지 18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결혼까지 앞둔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전출 된지 불과 10여일 만에 병가를 내고 정신과에서 약까지 처방받을 정도가 됐을까.

A 경장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는 그의 죽음에 직장 내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말로 직장 선임 또는 선배가 신임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을 지칭하는 용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A 경장과 결혼을 약속했던 예비신부 B씨는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얼마 전까지 고인과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미래를 약속한 예비신부였다”고 밝힌 B씨는 A 경장이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지독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기 몸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해양경찰관이었지만 지난달 24일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영원히 제 곁을 떠났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녀는 “A 경장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는 가혹한 현실에서도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2008년 해군 부사관으로 지원, 4년 간의 직업군인을 마치고 부단히 노력해 2014년 해양경찰관의 꿈을 이뤘다”고 했다.

해양과학수사관으로 근무하는 것이 목표였던 A 경장은 올해 수사업무를 배우기 위해 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 형사계에 배치받아 근무했으나 부서 내에 존재하는 태움 문화로 괴롭힘을 호소해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A 경장이 수년 아래의 후배 경찰관의 업무를 그저 뒤에서 지켜만 보며 경찰업무와 관련 없는 허드렛일을 하는 등 심적·정신적 고충을 토로했으며 “아무래도 상관에게 잘못보인 것 같다. 나에게 업무를 주지 않는다”라고 하며 하소연했다는 내용도 적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업무를 주십시오”라고 근무 의지를 피력했지만 상관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없는 사람 취급한다. 비참하다. 오전 7시쯤 출근해서 허드렛일만 하다 밤 9시~10시 쯤 퇴근한다. 내가 출근해서 제일 잘하는 것은 사무실 거울닦기, 후배들 쓰레기통 비우기, 커피타기다” 라고 하는 등 A 경장의 자존감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고인은 출근하는 아침이 오는 것을 두려워해 하루 3~4시간도 잠을 자지 못 하며 약 보름이란 짧은 시간동안 체중이 4킬로그램 감소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으며 해양경찰 규정에도 없는 그들만의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던 고인이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친구, 동료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목숨을 포기할 정도의 고통이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과 부디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너무나도 착하고 성실했던 예비남편이자, 한 명의 해양경찰관 형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가해자를 명백히 밝혀달라는 B씨의 호소. A 경장의 극단적인 선택에 악마의 탈을 쓴 태움이라는 그릇된 조직문화가 배경이 되었는지 다시 한번 국민적 분노의 도마 위에 올려지게 됐다.

한편으로는 A 경장의 죽음에 대한 수사결과에 동료경찰관들의 명예도 걸려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용찬 기자(ycsgeoj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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