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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쿠팡 상장 효과 어디까지?…위기의 유통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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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가치 향상 근거

공모가 버블 가능성…게임체인저는 지켜봐야

유통외 물류·IT 등 다양한 산업 영향은 불가피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오는 11일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쿠팡으로 인해 국내 유통업체와 플랫폼업체 등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쿠팡은 오는 10일 가격 결정후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 현재 공모가격은 주당 27~30달러 수준으로 시가총액 기준 460억~512억달러(51조~57조원) 규모다. 올해 예상 거래대금(GMV)의 1.7~1.9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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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미나 기자)


증권가에서는 쿠팡의 상장으로 고밸류에이션을 적용받던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플랫폼 기업들 주가도 우상향했다.

3일 종가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각각 65조원, 44조원 규모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이마트(139480), 롯데쇼핑(023530)(롯데마트), 신세계(004170) 등에는 쿠팡의 상장 이벤트가 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소비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코로나19 직격탄에 지난해 신용등급이 모두 강등된 상태지만, 여전히 등급 하향 압력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위기의 유통업체, 온라인 저마진 경쟁 장기화?

한국기업평가는 3일 쿠팡의 미국증시 상장 관련 스페셜 코멘트를 통해 “오프라인중심의 유통업계는 이커머스 득세로 사업경쟁력의 핵심인 집객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지만, 쿠팡 상장으로 저마진 구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유통업체들의 바람과 정반대 흐름이다. 기존 유통업계는 온라인시장 저마진 기조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을 도태시키며 최소한 적정마진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을 바라고 있지만, 쿠팡이 상장을 통해 27억~3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금융시장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쿠팡의 공격적인 영업과 투자정책이 이어지면서 온라인 저마진 구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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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롯데쇼핑은 ‘AA-’에 ‘부정적’ 등급전망이 달려 있고, 이마트와 신세계는 ‘AA’에 ‘안정적’ 전망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에 신용등급이 한단계씩 강등된 상태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쿠팡 상장이 기존 유통업체에 부정적인 이슈는 맞다”며 “기존 유통업체는 대규모 투자에 따라 실탄이 떨어지고 있는데, 쿠팡은 전쟁에서 실탄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에서는 쿠팡이 승자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과연 판세를 모두 바꿀 정도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6년 2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롯데쇼핑(023530)은 청약증거금만 5조3000억원가량 몰리며 공모가 40만원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상당기간 공모가를 밑도는 부진을 보였고, 금융위기때는 10만원초반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현재 롯데쇼핑 주가(3일종가)는 12만8500원에 머문다.

이커머스와의 경쟁격화, 온라인 소비 패러다임 변화 등에 적응하기 위해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롯데온은 예상만큼 호응을 얻지 못했고, 출범 1년이 채 안돼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대표)가 사임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IPO, 공모가라는 게 항상 버블이 있을 수 있다. 채권 발행도 처음에 고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쿠팡 주주들에게는 (상장이) 훌륭한 엑시트 전략이겠지만, 기존 회사들과의 경쟁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유통 외 뮬류·IT 등 다양한 산업 영향 불가피

최근 이마트-네이버 등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등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쿠팡 상장 이후 시장 전망에 대해 속단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쿠팡 역시 IPO 이후엔 수익성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어 난타전보다는 좀 더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신평사 역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가진 강점을 잘 활용해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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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오픈마켓은 볼륨을 늘려 수수료를 먹는 구조로 기존 유통업체들의 직매입은 수익성에 더 유리하다”며 “오픈마켓은 퀄리티가 컨트롤이 안되는 반면 유통업체들이 강점인 패션, 음식료 부문을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활용하고 싶은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139480)의 PP센터와 같이 기존 매장을 물류시설로 활용해 근거리 접근성을 활용할 수 있고, 홈플러스 산지직송관같이 농가와 협업해 제철식품을 산지직송해 신선식품 관련 우수한 품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어찌됐건 쿠팡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며 “당장 기존 유통업체 신용도에 어떤 영향이 있을 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쿠팡이 조달한 자금으로 유통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면 기존 유통업체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의 투자 여력 확보가 기존 유통업체에게만 위협요인인지에 대해선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 OTT 등 멤버십 콘텐츠 확대, 쿠팡페이 영역확장 등은 유통을 넘어 물류, IT까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네이버(검색), 카카오(메신저)의 사용자 락인 효과는 다양한 부가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면서 “쿠팡은 보유하고 있는 1480만명(2020년말 기준) 고객들과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에 따른 가입자수 증가 등은 IT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3일 종가기준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5조1570억원, 롯데쇼핑 3조6351억원, 신세계 2조8502억원에 그친다. 이는 쿠팡의 기업가치 51조~57조원 대비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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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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