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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12년 만에 재개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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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주거지보전사업’, 상생형 재생 새 모델…둥지내몰림 해소+주택공급

행정력 총동원 33차례 소통 끝에 12년 간 계속된 갈등 봉합

총 15명 건축가 투입, ‘특별건축구역’ 지정

아시아투데이

백사마을 개발 조감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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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지숙 기자 =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이 본격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오는 2025년 개발과 보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총 2437가구(공동주택 1953가구, 임대주택 484가구) 규모의 상생형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4일 총면적 18만6965㎡의 ‘백사마을 재개발정비사업’이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됨에 따라, 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백사마을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후 2009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재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백사마을 내 건축물이 50여 년 이상이 지나 안전사고 위험이 큰 만큼, 2019년 8월부터 위험건축물 거주자 중 이주희망자를 대상으로 임시이주를 추진 중이다. 현재 전체 597가구 중 394가구(약 66%)가 이주를 완료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이 60~7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돼 온 과거의 흔적을 보전하면서도 낙후한 저층주거지를 개발하는 백사마을만의 ‘상생형 주거지 재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능한 새로운 재생 모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주거지보전사업’ 유형을 도입, 재개발 사업과 연계해 백사마을 고유의 정취와 주거·문화생활사를 간직한 지형, 골목길, 계단길 등의 일부 원형을 보전하기로 했다. 사라져가는 주거지 생활사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주거지보전사업’은 재개발구역에서 기존 마을의 지형, 터, 생활상 등 해당 주거지 특성 보전 및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건축물의 개량 및 건설 등의 사항을 포함하여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말한다. 서울시는 지난 2818년 3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해 ‘주거지보전사업’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주거지보전사업’은 백사마을 전체 부지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예정된 4만832㎡에 추진된다. 484가구의 주택과 함께 전시관, 마을식당, 마을공방 같은 다양한 주민공동이용시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수십 년 간 이어온 마을 공동체가 정비사업 후에도 깨지지 않도록 하고자 했다. 나머지 부지(14만6133㎡)에는 노후한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최고 20층의 아파트 단지 및 기반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또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부지를 총 28개 영역(공동주택용지 5개, 주거지보전용지 23개)으로 나누고, 총 15명의 건축가를 배치해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건축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특히, ‘주거지보전사업’구역은 일조권, 조경, 대지 안 공지 등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특별건축구역’은 주변과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이끌어내기 위해 특별히 지정하는 구역이다. 백사마을의 경우 단지 간 분리 방지 및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 실현을 위해 주민공동이용시설의 개방과 단지 경계부 차단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조건도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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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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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마을’은 오랫동안 개발을 가로막았던 개발제한구역(‘71년 지정)이 2008년 해제되면서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해졌지만, 그동안 낮은 사업성과 주민갈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당초 사업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낮은 사업성과 주민 갈등 심화 등으로 사업을 포기하고, 2017년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2018년 국제지명공모방식으로 추진·선정된 공동주택단지 설계(안)을 두고 일부 주민들이 저층 위주의 아파트보다는 평균 층수 16층 높이로 건립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다시 발생했다.

서울시는 사업이 더 이상 정체되지 않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적극적인 중재와 해결에 나섰다. 소통 끝에 2019년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가결돼 원활한 사업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백사마을 재개발이 큰 의미를 갖는 만큼, 사업구역 내 마을전시관을 건립해 백사마을 마을공동체가 품고 있는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애환이 어린 삶의 기억을 보전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기 이주로 인한 구역 내 빈집 증가에 따른 범죄와 화재, 건축물 붕괴 등 각종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 관리 대책에도 철저를 기하고 있다. 노원경찰서에 순찰강화 협조를 요청하고, 주민들을 중심으로 순찰조를 편성·운영해 야간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방범용 카메라(CCTV)를 확대 활용하고 방범 관리사무실도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기존에 살던 주민들이 재정착 하지 못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후속 조치와 청년 창업자, 예술가, 대학생, 소상공인 등을 유입하기 위한 ‘소셜믹스(social mix)+에이지믹스(age mix)’ 방식 도입도 추진한다. 청년층의 적극적인 유입을 이끌어내 지역 활성화 촉진은 물론 다양한 공동체 활동의 메카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중계본동 재개발정비사업 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을 해소하고 서울 시민의 주택안정을 위한 공사의 역할이 다시 한 번 강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사마을은 재개발로 인한 기존 거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생형 주거지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며 “다양한 유형의 재생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 · 적용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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