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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법'에 눈감은 文정부 언제까지 김정은 남매 눈치만 볼건가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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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제정된 북한 인권법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무관심 탓에 북한 인권재단 출범과 북한 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 등 법에 규정된 주요 내용이 전혀 이행되지 못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법은 2005년 17대 국회 당시 김문수 의원이 발의해 11년 만인 2016년3월 19대 국회에서 여야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거쳐 통과된 법안이다.

2004년 만들어진 미국의 북한 인권법보다 12년 늦게 탄생한 셈이다.

북한 인권법에는 북한 인권실태 조사와 인권증진 연구, 정책 개발을 위한 북한 인권재단 설립 규정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난달 이사 5명을 추천한 국민의힘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사회 구성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북한 인권재단 사무실도 정부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폐쇄한 상태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신설된 북한 인권국제협력대사 역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이정훈 초대 대사 임기 만료 이후 공석 상태다.

북한 인권 침해 사실을 국내외에 알리는 북한 인권기록센터 또한 4년째 공식 보고서를 발간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북한 인권법이 유명무실해진데는 김정은 정권을 의식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보호를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가 2019년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어민 2명을 흉악범이라며 강제북송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얼마 전 철책선을 넘은 귀순자도 "군에 잡히면 북송될까봐 민가로 향했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북한이 주민들을 상대로 "남으로 넘어가면 한국군이 사살한다"는 허위 선전전을 펼치고 이런 심리전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항의 한마디에 탈북단체들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대북전단금지법까지 만들어 표현의 자유마저 봉쇄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 기조연설에 정의용 외교부장관 대신 2차관이 참석해 북한인권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2차관은 "정부가 북한 주민들 인권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지만 실제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도 김정은 정권 눈치를 보면서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제안국에 불참할 것이 뻔하다..

이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련해 작년에 우리 정부에 세차례나 우려를 표명한 것 아닌가.

반면 우리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3년 만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해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올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향하는 대북정책의 기조와 방향을 재확인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연설 이후에도 별도 성명을 내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침해 조사부터 여성과 성소수자 그룹의 인권증진, 인종주의 및 종교적 박해와의 싸움을 지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6월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중단하겠다"며 돌연 유엔 인권인사회를 탈퇴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유와 인권은 민족의 특수성보다 앞서는 세계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로 선택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 인권을 강조하며 동맹국에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인데도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에 눈을 감는 것은 스스로 국제사회 입지를 좁히고 미국과의 견고한 대북공조에서 이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위원장의 경고처럼, 북한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안보가 올 수 없다.

정부는 김정은 남매 눈치만 슬금슬금 볼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향상과 자유 증진을 위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 인권개선에 책임있는 당사자인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탄압국'으로 내몰려서야 되겠는가.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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