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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두 병에 번개탄을?' 소중한 생명 살린 마트 주인 '눈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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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번호 메모해 112 신고…경찰, 손님 위치 추적해 극단선택 막아

50대 신고자 "누군가에 도움돼 기뻐…손님이 위기 넘긴것 같아 다행"

연합뉴스

번개탄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소주 2병과 번개탄을 사간 손님이 있는데, 느낌이 이상해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45분께 전북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전화기가 다급하게 울렸다.

신고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57)씨.

A씨는 20여 분 전 다녀간 손님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전화기를 들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 손님은 번개탄 하나와 소주 두 병, 라이터 한 개, 과자 두 봉지를 골라 계산대로 왔다.

"고기 구워 드세요?"

무언가 힘이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A 씨는 일부러 말을 걸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몇 초간 침묵을 지키던 손님은 "번개탄 하나로는 모자라려나요?"라고 묻더니 번개탄 하나를 더 꺼내 계산대로 왔다.

20년 가까이 마트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드는 손님은 처음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어딘가 달랐던 모습에 A 씨는 손님을 쫓아가 그가 타고 떠난 차량 번호를 메모했다.

'경찰에 신고할까. 혹여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경찰관이 헛걸음하는 건 아닐까?' 하며 한참을 고민하던 A씨는 가족들의 조언을 들어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연합뉴스

전북 부안경찰서
[연합뉴스TV 캡처]



A씨가 건넨 차량번호로 위치를 추적해 경찰이 찾아낸 손님은 50대 여성.

112 신고 당시 그는 부안군 부안읍의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하서파출소 경찰관은 달리던 승용차를 멈춰 세웠고, 갑작스레 나타난 경찰관을 경계하던 그 여성을 설득해 파출소로 데려갔다.

나쁜 마음을 먹고 광주에서 별다른 목적지 없이 이동 중이던 그는 경찰관의 연락을 받고 온 가족과 함께 늦은 밤 돌아갔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손님의 수상한 행동을 유심히 본 마트 주인의 눈썰미 덕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뒤늦게 기자의 연락을 받고 이 여성이 무사히 귀가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무척 기뻐했다.

이름을 공개해 달라는 취재진 부탁에 "부끄럽다"며 한사코 거절하던 A씨는 "신고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고 그 손님도 위기를 넘긴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며 밝게 웃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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