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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한도 위한 ‘꼼수’…북시흥농협서 무더기 대출 받은 LH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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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100억원대 땅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북시흥농협 한곳에서 대부분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방식이 농지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담보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실적을 몰아 한도를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일종의 ‘꼼수’라고 보고 있다. 실수요자인 해당 지역의 농민들에게 농지 대출을 내주라는 지방 농축협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광명·시흥 지구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 10여명이 대출 받은 58억원 중 대부분이 북시흥농협 1곳에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개한 문제의 필지 10곳 중 9곳이 이렇게 시흥시 소재 농축협 2~3곳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이었다.

매입이 이뤄지기 시작한 2018년 기준 시흥시 소재 농축협 지점 수가 27곳에 달했다는 점을 참고하면, 유독 특정 지점에 대출이 몰린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이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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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일부가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업무에서 전격 배제됐다. 사진은 3일 오후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밭에 묘목들이 심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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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지 인근 농축협 지점 이용하면 대출 쉽고 후해

금융업계에서는 매입할 토지 인근 농축협 지점을 이용하는 것은 대출을 쉽게 또 많이 받기 위한 방법이라고 봤다. 일반 시중은행은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을 잘 내주지 않지만, 농축협의 경우 그곳에서 농사짓는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을 한다는 근본 취지에 맞춰 농지 담보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통 대출을 받는 지점 농축협은 중개인이 알선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 LH 투기 사건의 경우도 동료끼리 알음알음 소개해줬을 가능성이 큰 만큼 동일한 중개인이 같은 지점에 대출을 몰아준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등기부등본과 LH 홈페이지에 공개된 직원 현황을 비교해보면, 공동 소유주들은 과거 같은 지역본부 같은 부서 소속의 상사와 부하 직원 등의 관계로 엮여 있었다.

매입하려는 땅의 인근 지점을 이용하면 한도를 후하게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토지 담보 대출의 경우 금융기관이 감정평가법인에 해당 토지의 가치를 평가하도록 맡기는 작업이 선행되고, 감정가의 60~80% 선에서 대출이 나온다"며 "인근에 감정평가를 맡길수록 해당 땅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 보니 타지역에서보다는 향후 매매 가능성을 높게 보는 등 더 좋은 가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와 달리 지방 농축협은 단일 조합이어서 금융감독당국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아, 서울 등 수도권 소재 시중은행보다는 여신심사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지점 한곳에서 금리나 한도 면에서 더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수자의 거주지가 매입 토지와 같은 지역에 있기만 하면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쉽게 ‘준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우대금리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적용하면 지역 단위 농축협과 시중은행의 금리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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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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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투기성 대출이 농축협 근본 취지 훼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좀 더 근본적으로는 지역 농축협이 존재하는 근본 취지가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리한 투기성 대출이 결과적으로 정작 농축협을 필요로 하는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농지 대출을 시중은행이 아닌 농축협에서 주로 취급한다는 건, 그 땅에서 실제 농사를 짓고 살 실수요자들을 위해 대출을 내주라는 근본 취지가 있다는 의미"라며 "그런데도 농축협은 투기 목적이든 뭐든 너무나 쉽게 대출을 내주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땅을 산 이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라도 이뤄져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이번 사례"라며 "고유 목적에 부합하게 실수요자들에게 대출이 갈 수 있게끔 금융 시스템이 보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위반했다거나 부실 대출을 내준 것이 아니라면, 금융기관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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