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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땅 투기 5년전까지 샅샅이 뒤진다…전직 LH사장 변창흠 책임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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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해 2월 매입한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에 묘목 2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 토지는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에 포함돼 있다. 소유주인 LH 직원들은 발표 나흘 뒤인 28일 조경업체에 의뢰해 묘목을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묘목을 심는 등 농업 활동을 하면 이후 보상 규모가 더 커진다고 한다. 시흥=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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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거래가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들이 토지를 집중 매입했을 당시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관리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대규모 정부합동조사단을 4일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공직자 투기행위에 대한 신고도 접수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들은 빠른 시일 내에 조사하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투기 의혹으로 커지고 있는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년 남짓 남은 현 정권의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사실로 확인되는 의혹들…힘 실리는 변창흠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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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2021.3.3/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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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불법 투기 의혹과 관련해 “조사 결과 직원들의 토지 매입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이어 “정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공개발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소관 업무의 주무 부처 장관이자 직전에 해당기관을 경영했던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이와는 별도로 언론 등의 보도를 통해서 속속 드러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토지 거래 행태는 투기꾼의 수법,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LH 직원 일부는 거액의 대출을 받아 공동 투자에 나섰고, 이용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맹지를 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이 구입한 일부 필지에선 묘목 2000그루까지 급하게 심은 상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신도시 개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투자이고, 보상을 염두에 둔 행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문제는 LH의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이런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제대로 된 관리 감독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 후보지였던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 개발도면을 유출한 직원 4명에 대해 LH가 지난해 경고 및 주의 처분만 내린 게 대표적이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1명은 승진까지 했다.

유료 사이트에서 토지 관련 강의 활동을 벌인 현직 직원도 있었다. 40대 오모 씨로, 자신을 ‘대한민국 1위 토지강사’ 등으로 홍보하며 토지 경·공매 관련 강의를 해오다 적발돼 올해 1월 말부터 내부 감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느슨한 관리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LH 직원들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행위가 벌어진 시기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기간과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변 장관의 재임기간과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들의 이익공유 범죄 기간이 대부분 겹친다”며 “변 전 사장도 유체이탈식 면피 발언만 하지 말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변 장관은 즉각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며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도 2일 기자회견에서 “국토부와 LH 차원에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과 전말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 5년 전 근무 직원과 가족도 대상…판 커지는 투기 의혹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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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총리실을 주축으로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이 참여한 정부합동조사단을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공직자의 불법 투기와 관련한 신고를 접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이어 “국토부와 LH 전 직원에 대해 다음주까지는 거래내역 전수조사를 끝낼 예정”이라며 “경기도와 인천시 등 지자체 유관부서 업무 담당 공무원, 지자체 소속 개발공사 임직원 전체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속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대상은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과 기존에 지정된 3기 신도시 예정지 8곳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 등의 신도시 관련 전현직 직원과 직계 존비속 등의 토지 거래 상황 전반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LH는 물론 경기도 인천시, 남양주시, 하남시, 고양시, 부천시, 과천시, 안산시 등이 모두 조사를 받게 됐다.

대상범위는 지구별로 입지가 발표되기 5년 전부터 현재까지 해당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이다. 택지개발 관련 부서는 신규 택지 개발 업무뿐만 아니라 택지개발 정보를 접근할 수 있는 부서라면 모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대상 규모가 크기 때문에 조사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조사 규모가 커진 것은 부동산 투기만은 확실히 잡겠다며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던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이번 의혹으로 폭발 직전에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자칫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 부산 보궐선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1년 남짓 남은 현 정부의 레임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에 이어 4일에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서 발본색원하라”고 추가 지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 따른 발언으로 보인다.

여당의 반응은 패닉 수준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LH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면, 법을 위반하고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집 없는 서민의 절망은 커질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흔들릴 것”이라며 투기 가담자에 대한 엄단을 촉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에 찬물을 끼얹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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