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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망? 그는 영원한 군인” 변희수 전 하사 죽음에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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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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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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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을 이 세상은 죽이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유○○)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변희수 전 육군 하사(23)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트랜스젠더 활동가 김기홍씨가 사망했습니다. 성소수자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누리꾼들은 ‘#TransRightsAreHumanRights’(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인권이다)를 공유하며 애도하고 있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H○○○○○○○)는 “한 달여 동안 성소수자 3인의 부고를 듣게 됐다. 그 사이 서울시장 후보들은 성소수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표 다툼을 했고 누군가는 고인을 향한 조롱과 비난을 일삼았다. 이 모든 현상이 매우 힘들다. 매일 죽지 말자고 기도하고 있다. 죽지 말기를, 죽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이라고 적었습니다.

정치권은 표심을 의식해 여전히 성소수자의 인권을 ‘거부’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것으로 다룹니다. 지난달 18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차별 금지에 동의하지만, 도시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시민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시대가 포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만 했습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전날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살아 숨쉬는 존재의 자리를 빼앗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폭력이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는 한국 사회에 사는 퀴어라서 죽었다. 한국 정치가 바로 지금, 연이은 부음을 온 국민이 듣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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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해 8월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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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전 하사는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첫 직업 군인입니다. 육군 6군단 5기갑여단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했지만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당했습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22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14일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며 육군에 취소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육군은 “인권위 판단은 존중하나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 처분은 관련 법규에 의거해 이뤄진 적법한 행정처분이었다”며 “현재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사망에도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은 낼 것은 없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누리꾼들은 ‘민간인 사망’이라는 표현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트위터에는 “한국 군대는 징집된 훈련병들한테도 ‘한 번 군인은 영원한 군인’이라는 교육도 하면서 전직 하사였던 사람을 그냥 민간인으로 치부하느냐” “군인으로 잘 살았을 사람을 강제로 쫓아내서 민간인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할 말이냐” “군에서 민간인 운운하며 존재를 부정할지 몰라도 변희수 하사는 저에게 영원한 군인이다. 국가와 동료 시민을 위한 헌신을 잊지 않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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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1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을지로, 종로를 거쳐 광화문 사거리 부근에서 행진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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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전날 논평에서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 공유할 수 있었다”며 “계속 트랜스젠더퀴어로 살아가겠다. 트랜스젠더는 지금도 당신의 곁에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가족으로, 지인으로, 노동자로, 그리고 군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을 이젠 참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고인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육군 하사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한 채 변화를 거부했던 군대와 이 사회였기에 고인이 준 사회적 울림은 더욱 컸다”며 “고인이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낸 그 모습에 의해 모두가 위로받고 공감하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존엄하고 동등하며 마땅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존재들로서 우리가 이제 고인의 운동을 이어받겠다”고 했습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2021년이다. 더 이상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슬픔을 분노로, 분노를 담은 우리들의 외침을 들려줘야 할 때”라며 오는 8일 여성의날을 맞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분노의 이어말하기’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변 전 하사의 빈소는 청주성모병원에 마련됐습니다. 발인은 5일 오전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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