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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5인 이상 숙박·불법 유흥업 사각지대 101층 엘시티 레지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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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메인 로비에 접객대 없이 허가 난 숙박업

불법 의심 신고 잇따라…실제 단속 사례도

'최고급 레지던스 맞아?'…입주민·투숙객 불편한 동거에 모두 불만

연합뉴스

해운대 엘시티
오른쪽 가장 높은 건물이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 랜드마크 타워 저층부는 시그니엘 호텔이 22층부터는 레지던스로 사용된다. 왼쪽 2동은 엘시티 더샵 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해운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엘시티 101층 랜드마크타워에 자리 잡고 있는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호화 시설로 알려져 있진 이곳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한 숙박업과 불법 유흥주점영업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막을 장치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메인 로비에 접객대 없고 복도에 CCTV 없는 호화 숙박시설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 레지던스 입구.

체크인 시간이 다가오자 1층 메인 로비 한쪽에 위치한 발렛파킹 대기실이 투숙객들로 붐볐다.

숙박 위탁업체 직원이 내려와 투숙객들을 객실로 안내했다.

일반적인 호텔이나 콘도, 레지던스가 메인 로비에서 체크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메인 로비에 투숙객들을 위한 접객대(안내데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건물 입구에 안내데스크가 있지만, 이는 투숙객 관리가 아닌 입주민 관리사무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레지던스 투숙객 접객대는 고층부인 70층과 71층 객실에 위치해 있다.

접객대가 고층에 위치한 이유는 1층 메인 로비는 561세대를 위한 공용공간인데 일부 호실의 숙박업을 위해 위탁업체가 공용공간을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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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로비 체크인 대기실에서 대기 중인 투숙객들
[손형주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엘시티 레지던스는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른 숙박업소가 모두 규제받는 5인 이상 투숙 금지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4인이 먼저 입장한 뒤 발급받은 카드키를 돌려쓰며 일행을 데리고 오면 얼마든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엘시티 레지던스는 대부분 객실은 최대 6인 기준이라 단체 손님이 대부분이다.

실제 숙박 위탁업체가 5인 이상 숙박업 운영하다 주민 신고로 구청에 단속돼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도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자정께 입주민이 5인 이상 투숙객을 복도에서 발견하고 숙박 위탁업체와 경찰에 신고했다.

위탁업체 직원이 '5인 이상은 아니다'라고 둘러대며 경찰 진입을 막아섰지만 1시간가량 실랑이 끝에 경찰이 현장을 확인해보니 5인 이상 숙박이 이뤄지고 있었다.

해운대구청은 해당 위탁업체에 과태료 120만원 처분을 내렸다.

한 레지던스 입주민은 "다른 호텔도 투숙객들이 방역 수칙을 작정하고 위반한다면 막을 수 없지만, 이곳은 로비에 접객대조차 없어 최소한의 방어 장치조차 없다"며 "주민 신고에도 위탁 업체는 5인 이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결국 경찰까지 출동한 뒤에야 실제 단속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불법유흥업소 신고도 끊이지 않는다.

한 입주민은 "밤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레지던스를 드나들지만, 접객대가 메인 로비에 없으니 이를 막을 권한이 있는 사람은 없다"며 "밤마다 음악 소리가 들리고 각종 술과 과일도 꾸준하게 배달되는 객실이 있어 입주민들이 여러 차례 신고한 적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구청이 여러 차례 출동했지만, 객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영장을 가져왔냐'며 오히려 큰소리쳤다.

어렵게 경찰이 현장에 들어갔지만 이미 증거는 모두 사라졌고 남녀 6명이 술잔을 나누고 있는 상태였다.

해당 객실은 숙박 위탁업체를 통해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으로 단기대여 된 곳으로 구청은 불법 유흥주점에 대한 증거는 포착하지 못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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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으로 의심되는 객실 앞 놓여 있는 고급 술과 과일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투숙객·입주민 불편한 동거로 곳곳 갈등

엘시티 레지던스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엘시티 101층 랜드마크타워의 22~94층에 자리 잡고 있다. 11개 타입(166~300㎡) 총 561실로 구성돼 있다.

이중 150~200개 세대를 숙박 위탁업체인 그랜드엘시티와 엘시티메니지먼트가 위탁을 받아 숙박업을 하고 있다.

현행법상 개인이 숙박업 등록은 불가능해 개개인이 뭉쳐서 30호실 이상을 위탁하는 것은 가능하다.

숙박업에 대한 수익은 호실 개별 소유자와 위탁업체 나눠 가지는 구조다.

한 건물에 주거와 숙박업이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 시행사가 호텔식 서비스가 가능한 최고급 실거주 레지던스로 홍보해 입주했는데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엘시티 레지던스 실거주 입주민 A씨는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분양 광고에 엘시티 아파트보다 비싼 분양가로 분양권을 사서 입주했지만 실상은 달랐다"며 "입주민과 투숙객 동선이 분리되지 않아 복도와 승강기에 온갖 침구류가 널려져 있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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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정리되지 않은 침구류와 쓰레기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투숙객이 불편을 겪는 일도 많다.

현재 엘시티 레지던스에는 복도에는 입주민 사생활 등을 이유로 폐쇄회로(CCTV)조차 없다.

전문 숙박업이 운영되는 건물이 아니다 보니 주말이나 성수기 때면 객실 청소가 늦어져 투숙객 체크인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위탁업체 관계자는 "불법 영업이 위탁업체가 관리하는 객실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며 "일부 불법 영업으로 우리도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꼴"이라며 "이용객들이 체크인 시간이 늦어졌던 것은 성수기 때 손님이 몰려 발생한 일이고 지금은 시스템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접객대가 꼭 메인 로비에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신청 자격 요건만 맞으면 숙박업 허가가 난다"며 "불법 영업에 대해서는 꾸준히 단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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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해 여름 체크인 시간이 늦어져 대기하고 있는 투숙객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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