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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거짓말 논란 김명수 “다시 한번 사과” 사퇴불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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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화상으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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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 발언’ 거짓말 논란과 관련해 “최근 저의 불찰로 법원 가족 모두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4일 밝혔다. 그는 이날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올해도 대법원장으로서 법원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변함없는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후 처음 공개 석상에 나서는만큼, 이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작년 5월 22일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여당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거부한 것과 관련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헌법 사상 초유의 현직 법관 탄핵을 놓고 여권과 사전 교감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지만, 김 대법원장은 기존의 사과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법조계에선 “진정성 있는 입장표명을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거짓말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지난달 3일 여당 탄핵 등을 이유로 임 전 부장판사 사표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국회와 언론에 해명했었다. 그러나 이튿날 임 전 부장판사가 작년 5월 해당 대화가 이뤄진 면담 녹음파일·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모든 게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달 4일 퇴근길에 취재진 앞에서 “이유야 어찌됐든 임성근 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추가로 해명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사법부 수장이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계속됐고 이는 김 대법원장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 자유연대 등 보수 단체와 시민들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 ‘김명수는 거짓의 명수’ ‘사법부는 죽었다’ 등의 김 대법원장 비판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을 줄지어 세우기도 했다.

그러자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19일 법원 직원들만 볼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 733자(字) 분량의 사과문을 올려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그는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것을 깊이 사과한다’면서 ‘(사표 수리 여부에)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입장문에서조차 임 전 부장판사 면담 녹음 내용과 배치되는 거짓말이 최소 7개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했지만 녹음파일엔 김 대법원장이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중략)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고 직접 ‘정치’를 거론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공개된 면담 녹음에서 ‘탄핵’을 다섯 번, ‘정치’를 두 번, ‘국회’를 한 번 말한 걸로 나온다. 법조계에선 “면피성 사과에 불과하다”고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김 대법원장 사과 발언은 이 사과문으로부터 13일만에 나왔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최근 우리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일로 국민과 법원 가족의 심려가 크실 줄 안다’(지난달 19일)고 써 ‘유체이탈 화법’ 비판을 받았던 문장을 ‘최근 저의 불찰로 (중략)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중략)’으로 바꾼 게 유일하게 다르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법원장들에게 ‘좋은 재판’을 당부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법부가 되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재판’을 실현하는 일에 성심을 다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한다'며 ‘소속 법관과 직원들이 맡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외부의 여건을 만드는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재경지법 판사는 “사법부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장본인이 책임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판사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근 법원 내부망에선 현직 판사 뿐 아니라 법원 보안직원까지 나서서 김 대법원장을 공개비판하는 일이 있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에 개입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그러나 이후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기피 신청하면서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임기 만료로 법복을 벗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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