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맛있게 살자! 맛집·요리·레시피

'윤며들다' '딘딘하다'... 예능 맛집 2곳 비결 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vN '윤스테이'· 카카오M '개미는 오늘도 뚠뚠'
코로나19로 지친 마음 치유와 주식 인구 800만 시대 맞춤형 정보 제공. tvN '윤스테이'와 카카오M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정반대의 이유로 요즘 인기다. 한옥 숙박의 풍경을 보여준 '윤스테이'는 시청률 10% 안팎을 오가고, 주식 투자 체험을 다룬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총 조회수 2,100만 건(4일 기준)을 웃돌며 입소문이 났다. 그래서 짚어봤다. TV와 온라인에서 화제인 두 리얼 '예능 맛집' 탐구생활.
한국일보

배우 윤여정이 tvN '윤스테이'에서 외국인 손님에 부각을 설명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계 허물어진 주방... 한국 배우라 가능한 뒷모습

직접 손님맞이에 나선 윤여정이 까마득한 후배 정유미에 주방을 물려주면서 위계가 허물어졌다. 정유미는 '윤식당' 시즌 1~2에서 윤여정의 뒤에서 요리를 보조했다. 하지만 '윤스테이'에선 박서준과 함께 주방을 책임진다. 궁중떡볶이(정유미), 떡갈비(박서준) 등 음식을 종류별로 나눠 따로 만들 뿐 한 명의 진두지휘로 밥상을 꾸리지 않는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로의 세대교체로 더욱 평등해진 주방, '윤스테이'가 앞선 시즌보다 더 격의 없이 느껴지는 배경이다.

"나이가 들며 주방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노배우와 그 다른 편에서 부쩍 성장한 젊은 배우들의 모습은 역할 놀이로서의 판타지를 더욱 빛낸다"(공희정 방송평론가). 나영석 PD가 본보에 들려준 변화의 배경은 이랬다. "한식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니 사장님이 직접 설명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윤 선생님이 영어도 잘하시니까. 늘 주방에 있는 모습 말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도 컸다."

한국일보

tvN '윤스테이'에서 한옥 숙박을 지원하는 배우 최우식(사진 왼쪽부터), 정유미, 윤여정, 이서진, 박서진. tvN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스페인을 거쳐 전남 구례의 한옥에 자리를 잡으면서 '윤스테이'는 일상에 더욱 가까워졌다. "윤여정이 굽은 등을 한 채 아욱을 다듬고, 최우식이 무릎 아픈 노배우가 마루에서 내려올 때 한쪽 팔을 잡아주고 신발을 나가는 방향으로 돌려준 건 은막의 스타들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적 뒷모습"(정석희 방송평론가)이다.

부쩍 높아진 출연자들의 요리 솜씨와 잘 차려진 한국식 요리는 매력적인 미끼다. 배우들이 영어로 외국인 손님을 맞을 때 보여주는 반전도 백미. 오징어먹물로 만든 부각을 보며 한 외국인이 "우리 독살하려는 건 아니죠?"라고 묻자 윤여정은 이렇게 눙친다.

"낫 투데이, 메이비 투머로(오늘밤은 아닌데, 내일은 글쎄요)". 윤여정의 독특한 말투 즉 '휴먼여정체'와 한국어를 쓸 때와 달리 영어를 쓸 때 유독 천진난만해지는 최우식의 모습에 시청자는 TV에 더 몸을 기울인다. 나 PD는 "우식인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 영어를 쓰면 그 유쾌하고 활발했던 청소년기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엔 '윤스테이' 간판 메뉴인 부각을 직접 만들거나 산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김세희 PD는 "한국에서 태어난 네팔 아기 손님이 '윤스테이'에 와서 처음으로 새 소리를 들었다고 한 출연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맛집 키워드: '윤며들다', 재치 있는 영어 입담과 외국인 손님을 맞는 따뜻함에 윤여정에 스며들다.

한국일보

래퍼 딘딘이 카카오M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카카오M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린이'의 좌충우돌... 다시 '가로영상' 만든 이유

단 9분 만에 50만원이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만 믿고 출연료 300만원 중 289만원을 털어 바이오 관련 A주를 사들인 직후였다. 래퍼 딘딘은 퀭한 눈으로 주가 하락으로 시퍼런 '바다빛'이 된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본다. 세상의 모든 실패를 홀로 짊어진 모습이었다. 경제전문가인 '유튜브 스타' 김동환이 기다렸다는 듯 날카롭게 딘딘을 몰아붙였다. "저건 주식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에요, 자가격리 시켜야 돼요."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오디션 프로그램 같다. 금광인 줄 알았는데 정글인 주식시장에 뛰어든 주린이(주식 어린이)들은 K팝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연습생과 닮았고, 그 좌충우돌과 멘토들을 통한 성장에 시청자는 몰입했다. '그때 살걸' '팔지 말걸' 같은 후회를 입에 달고 사는 '껄무새(~할걸이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뜻)'들의 실감 나는 하소연과 채팅식 자막 등의 익살스러운 편집에 중독된 '개미'들도 많아졌다. 제작진이 지상파 등 TV에선 하기 어려운, '낮은 제약'을 무기 삼아 투자 종목 노출까지 과감하게 온라인 주식 예능을 꾸린 결과다.

중년 시청자까지 몰리다보니 시즌1에서 휴대폰에 맞춰 세로 포맷으로 제작된 영상은 시즌2부터는 가로 포맷으로 만들어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한국일보

카카오M '개미는 오늘도 뚠뚠' 포스터. 카카오M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홍철은 캠핑용품매장에 가서도 모닥불에 대한 낭만보다 아이스박스 제조 회사 주식 얘기에 들뜬다. 개미들의 세상은 온통 주식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이 예능은 그 지점을 영민하게 파고든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주식 열풍의 일상을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는 관찰 예능의 최신 버전이고, 그래서 화제"(김교석 방송평론가)다. 1주 매수하는 데도 벌벌 떠는 러블리즈 멤버 미주는 수많은 동학 개미들의 자화상이다.

최근 시즌3로 접어든 프로그램은 주식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지난해 여름 기획됐다. 박진경 PD는 "주식은 당시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며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이 사회에 대한 관심, 미래에 대한 상상 등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비단 투자자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나 관심 있는 분들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딘딘은 "우리나라에선 투자 교육을 해 주지 않아" 갈증을 느껴 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맛집 키워드: '딘딘하다', 딘딘처럼 단타로 손쉬운 수익을 노리다가 자산을 꼬라박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