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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땅은 이렇게 사세요"…LH 직원, 경매 1타 강사 '불법 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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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투기의혹 후폭풍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토지 경매 '1타 강사'로 활동하며 사실상 투기를 조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다른 LH 직원은 익명 커뮤니티에 "LH 직원은 투자도 못하느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 물의를 빚고 있다.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LH 전반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양상이다.

4일 LH에 따르면 서울지역본부 의정부사업단에 근무하는 40대 오 모씨는 한 부동산 관련 유료 사이트를 통해 토지 경·공매 강의를 하며 수강료를 부당하게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내부 자체 감사에 따라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거짓말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한 사실이 확인돼 인사 조치와 함께 중징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씨는 필명을 쓰며 '대한민국 1위 토지 강사' '토지 경·공매 1타(매출 1위) 강사'라고 홍보했다. LH 한 직원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썼다가 댓글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날 LH 경영진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밝혔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동은 기자]

100억 땅투기 LH, 자체 청렴지수는 매년 올랐다


LH '도덕적 해이' 도마에

자체 청렴지수 매년 상승
외부평가선 卞재임때 낙제점
느슨한 평가가 일탈 부추겨

매일경제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체 평가에서 매년 직원들의 윤리·청렴도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직인 2급 본부장까지 합세해 10여명이 신도시 투기에 나서는가 하면 현직 직원이 '토지 경매 1타 강사(매출 1위 강사)'로 영리 활동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조직이다. 이같은 느슨한 내부견제시스템과 내부평가가 직원들의 일탈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매일경제가 LH가 발간한 '2019~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LH가 자체 평가한 윤리경영지수는 최근 3년간 매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경영지수는 2013년 개발됐는데, LH는 윤리·청렴 경영, 내부소통, 내부통제, 투명성, 고객만족, 지속가능경영 등 총 7개 영역을 종합해 지수를 측정한다. LH 내부 청렴 평가인 셈인데 이 지수는 2017년 72.4점, 2018년 77.8점, 2019년 79.2점으로 줄곧 상승했다.

내부 직원들이 얼마나 안이한 청렴의식을 가졌는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드러난다. LH는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에서 온도차가 크게 나타났다. 권익위는 해당 공공기관과 직접 업무 경험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해 외부 청렴도를, 현재 해당 공공기관 근무자를 대상으로 내부 청렴도를 측정한다.

LH는 외부 청렴도 평가에서 최근 4년 내리 사실상 낙제점인 4등급(미흡)을 받았다. 반면 내부 평가에서는 2018년과 2020년 2등급(우수)를 받았고, 2017년과 2019년도 3등급(보통)으로 평가됐다. 밖에선 청렴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는데 내부에선 '청렴도가 우수하다'는 판단이 지속된 셈이다.

실제 현직 직원 오 모 씨는 토지 경매 강의로 영리 활동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오씨는 실제 이름이 아닌 필명을 쓰며 자신을 '대한민국 1위 토지 강사', '토지 경매/경매 1타(매출 1위) 강사'라고 홍보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회사 경력 18년 경험으로 토지를 이해한 후 토지와 관련한 수많은 수익 실현과 투자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오씨의 사례가 알려지자 공기업인 LH에 근무하는 직원이 부업으로 영리 활동을 하면서 투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씨가 홍보한 '토지 기초반'은 5개월 과정으로, 수강료는 23만원에 달했다. LH는 사규에 업무 외 다른 영리활동 등의 겸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적반하장 식의 LH 직원들 반응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LH에 근무 하는 A직원은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며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B직원도 "1만명 넘는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걸렸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 마냥 시끌시끌하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에 대해 한 네티즌은 "그렇게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으면 LH를 다니지 말고 전문투자자가 되라"고 일갈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블라인드엔 대부분 젊은 직원인데 LH 집단은 위부터 아래까지 썩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 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4일 오후 3시 현재 81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실제 분양 현장서도 LH 임직원들의 '갑질' 항의가 많다. 예를 들어 시흥장현LH신혼희망타운(A-9BL)측은 7억 7361만원에 달하는 일반분양시설 경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같은 시기에 입주자 모집에 나선 창원 명곡 신희타의 경비와는 22배 차이가 난다. 예비 입주자들의 불만에 LH는 '공고문에 다 나와 있고, 영업 비밀이니 공개 할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언론사에도 LH 임직원들이 민원인들에게 권한을 이용해 '갑질'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주민들의 재산권이 달린 분양가심사위원회 회의록마저 독점적인 권한을 악용해 공개하지 않고 민원인에게 갑질한 사례가 나오기도했다.

권한만 많고 견제는 부족한 LH의 조직문화가 결국 모럴해저드는 물론 국민들에게 피해로 작용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부 윤리 의식을 감안하면 이번 신도시 땅 투기 사태가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닐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LH의 강도높은 체질 개선에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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