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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살아있는 권력'과 1년8개월 전쟁…중수청 앞 '시련의 檢'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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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文의 검찰총장' 파격발탁 이후 정권수사 직진

조국·울산선거·원전 이어 추미애…마지막 고비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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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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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총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9년 7월25일 취임 후 약 1년 8개월여만이다.

'기수 파괴' 파격 발탁으로 총장직에 올랐던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를 시작으로 정권과 마찰을 빚으며 거센 사퇴압박에 시달리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추진을 결정적인 계기로 결국 검찰을 떠나게 됐다.

◇'파격발탁' 됐으나 조국 수사로 정권과 균열…개인사 홍역도

윤 총장은 취임 초기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리며 큰 신임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로 거듭날 적임자"라며 윤 총장을 치켜세웠다.

윤 총장은 2019년 7월 25일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화려하게 총장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윤 총장이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고,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시도하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자 여권과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윤 총장이 2019년 인사에서 자신의 측근인 특수부 검사들을 전진 배치하는 인사를 하자, 법무부는 2020년 상반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측근들을 좌천시키는 등 수족자르기에 나섰다.

윤 총장은 개인사로도 홍역을 치렀다.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장모 최모씨의 파주 의료법인 관련 사기죄 및 의료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최씨는 300억대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되고, 부인 김씨에 대한 고발은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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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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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과 격돌…수사지휘권 발동, 첫 정직, 첫 징계청구 갈등

윤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온 나라가 들썩일만큼 큰 갈등을 빚었다.

인사 이후 계속되던 두 사람의 갈등의 결정타는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 의혹제기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서 터졌다.

윤 총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자 추 장관은 '지난해 7월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 및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할 것'을 내용으로 헌정 사상 두번째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윤 총장은 장고에 들어간 끝에 '형성적 처분'에 따라 지휘권 상실이 발생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사실상 지휘권 행사를 수용했다. 이 결정으로 법무부와 검찰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총장의 입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10월 현직 검사들의 술접대 의혹이 제기된 라임자산운용 관련 수사 과정에서 다시 법무부와 마찰을 빚었고 추 장관은 지난해 10월19일 윤 총장에게 라임·가족 의혹 사건에서 손을 떼라며 두번째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윤 총장은 즉각 수용 입장을 밝혔으나, 같은달 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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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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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추 장관을 직격했다.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한 윤 총장은 퇴임 후 행보를 묻는 의원들에 질문에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퇴임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정치 입문의 여운을 남기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향한 압박을 계속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추 장관이 사상초유의 '현직 총장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를 전격 발표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관련해 Δ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Δ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Δ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측근 비호를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Δ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사실 Δ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행정법원에 직무집행정지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수사의뢰가 모두 부적절하다는 권고안을 내고, 서울행정법원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이유로 윤 총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윤 총장은 바로 복귀했다.

하지만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0일, 15일 2차례 징계심의기일을 열고, 헌정사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론이 불거졌으나, 윤 총장은 정직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지난 12월 24일 행정법원은 다시 한번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고 윤 총장은 또 한번 일어섰다.

이후 문 대통령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하고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해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일단 수습되는 듯 했다.

◇중수청 신설 추진으로 검찰 다시 들썩…尹 결국 사퇴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인사와 관련해 윤 총장과 두차례 회동했지만 휴일인 지난달 7일 대검과 협의없이 기습적으로 인사를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패싱’ 논란이 인 신현수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여권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올 상반기 안에 처리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검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개혁이 아닌 보복'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검사생활 첫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설치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수청 신설 추진을 "검찰을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사퇴카드를 처음 꺼내들었다.

청와대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윤 총장은 3일 오후 대구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정신 위배된다"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직원 간담회에서 "인사권자 눈치보지 말라"는 묘한 말을 남긴 윤 총장은 하루 뒤인 이날 오후 바로 사퇴를 발표했다.

이로써 윤 총장은 2019년 7월24일 검찰총장에 임명된 지 약 1년8개월 만에 임기를 142일 남기고 검찰 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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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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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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