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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양키스구장서 24시간 백신 접종 미국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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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아이젠하워 이그제큐티브 오피스빌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하원 민주당 의원들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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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는 4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롱크스 양키스타디움에서 24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이번주 뉴욕주에 16만회 분량의 존슨앤드존슨(J&J) 백신이 추가 보급됨에 따라 접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지금까지는 오후 8시면 문을 닫았지만 이날부터는 밤새 접종이 계속된다. 맨해튼의 재비츠 컨벤션센터 역시 5일부터 24시간 체제로 전환한다. 백신 접종 '속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은 미국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마지막 변곡점에 섰다. 미국은 지난해 2월 6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3일 기준으로 5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올해 1월 초 하루 4000명에 달했던 사망자는 2일 1300명대로 낮아졌다.

하루 최대 30만명씩 발생했던 신규 감염자도 6만명 안팎으로 감소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미국의 일평균 신규 감염자는 인구 10만명당 20명으로 주요 국가 가운데 프랑스(27명) 호주(23명)보다 낮고 영국(12명) 독일(10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지난겨울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2차 파고'가 낮아지고 있는 주요 원인은 백신 보급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14일 뉴욕시 롱아일랜드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이래 현재까지 전 국민의 15.6%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주요 국가 중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접종 초기에는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체 백신 공급량과 접종량, 연령이나 인종별 접종률까지 집계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일 오전 8시 통계를 업데이트하는데 3일 기준 각 주에 보급된 백신은 1억2354만회 분량이며 이 가운데 7863만회 분량을 접종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51%, 모더나가 49%를 점유했다.

CDC는 현재 추세라면 최소 1회 이상 접종을 마친 사람이 6월 22일 전 국민의 50%, 8월 25일 70%, 10월 29일 90%에 각각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5월 말까지 성인 전체가 접종할 수 있는 6억회 분량 백신이 확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집단면역 형성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접종되기 시작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에 이어 이번주 존슨앤드존슨 백신까지 3종이 보급되면서 미국은 이제 공급량이 백신 접종의 발목을 잡지는 않는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공급량과 접종률 속도를 적절히 맞추는 게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감염자 숫자가 줄어든다는 학습 효과로 주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는 대도시와 카운티별로 대형 접종센터를 개소하면서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체육관부터 가구 전시장까지 다양한 장소가 백신 접종센터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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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접종 신청 방식도 다양화했다. 웹사이트나 콜센터를 통해 신청받던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긴급 안내를 통해 수시로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 대한 데이터 추적을 한다. CDC가 만든 '브이 세이프(V-Safe)'라는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백신 접종 후 건강 상태를 설문조사 형태로 응답하도록 했다.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CDC에서 직접 연락을 취하기 위한 조치다.

부작용 우려와 형평성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1회 이상 접종을 마친 5286만명 가운데 백인이 64.9%를 차지한다. 히스패닉 8.5%, 흑인 6.9%, 아시안 4.8% 등으로 인종별 인구수에 비해 백인 접종률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부 흑인단체는 교사가 아니라 저소득 흑인부터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또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이 주로 유색인종이 거주하는 지역에 보급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어떤 백신이든 빨리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작용 우려는 초기보다 상당히 줄어든 모습이다. 최근 하루 180만명이 백신을 맞는 수준으로 속도가 빨라졌고 5286만명이나 백신을 접종했지만 부작용 사례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지난 1월 초 56세 남성 의사가 접종 16일 만에 사망하는 등 2월 7일까지 1170명이 접종 이후 숨졌다. 그러나 사망률이 0.003% 수준이었고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밝혀진 것은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더 큰 논란은 백신 보급 확대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지자 '샴페인'을 빨리 터뜨리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텍사스주 등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네안데르탈인 같은 생각이며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전날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0일부터 마스크 의무화를 폐지하고 모든 사업장에 대해 제한 없는 영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것은 비단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지역만은 아니다. 버지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집합 허용 인원을 늘렸고 펜실베이니아주는 여행 제한을 완화했다.

한국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 몇 가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백신 물량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쏟아부은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전시작전을 방불케 하며 아낌없이 예산을 투입해 백신 개발을 독려한 데 이어 바이든 정부도 국방물자생산법까지 총동원해 생산량 확대를 계속 독려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고령층에게 안전성을 확인한 백신이라면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 접종 기피를 막을 필요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일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21일 당선인 신분으로 공개 접종을 했다. 일부 정치인이 감염자가 줄자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기업이 솔선수범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유지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날 타깃, 코스트코, 스타벅스, 제너럴모터스(GM) 등은 텍사스주에 있는 자사 매장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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