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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민심과 당심 달랐다···'5%p' 오세훈 눈물의 막판 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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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로 각각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선출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결과 발표회’를 갖고 오 전 시장이 41.64%의 득표율로 나경원(36.31%)·조은희(16.47%)·오신환(10.39%) 후보를 눌렀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53.40%의 득표율로 박성훈(28.63%)·이언주(21.54%) 후보를 꺾었다.

오 전 시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시장으로 10년간 살아오면서 죄책감과 자책감이 가슴에 쌓였다”며 “반드시 승리해 잘못된 길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가는 문재인 정권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중도 사퇴했고,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됐다.

박 교수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선거”라며 “전임 시장의 견제받지 않은 잘못된 권력 횡포로 인해 빚어진 이 선거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국민이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시장 자리를 반드시 확보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동력을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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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후보 수락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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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우세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최종 본선행 티켓은 오 전 시장이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당에선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선 과정에서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는 나 전 의원에 오 전 시장은 개혁·온건파로서의 정치 행보를 부각하며 대응했는데, 이는 득표로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앞서 당원 20%·시민 80%로 치른 예비경선에서 시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도 당원투표에서 나 전 의원에게 크게 져 종합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진행된 결선에선 나 전 의원이 여성가산점 10%를 받았음에도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오 전 시장이 이겼다. 익명을 원한 당 고위 관계자는 “중도 성향의 일반 시민에게 꾸준히 어필한 오 전 시장의 뒷심이 막판 역전극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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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가 된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손을 맞잡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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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중도로의 외연 확대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통화에서 “과도한 이념적 색채, 지나친 정파성에 대해 거리 두기를 하는 중도층의 표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층조차도 중도로의 외연 확장 없이는 여당에 진다는 위기감에 전략투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장 경선에서 박성훈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보수의 여전사’로 인지도가 높은 이언주 전 의원을 꺾고 2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진영의 극단에 어필하는 식으로는 당선될 가능성이 작다고 본 것”(이종훈 정치평론가)이라고 진단했다.

남은 건 ‘오세훈·안철수’ 간 최종 담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날 “반드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무통 단일화냐 진통 단일화냐의 차이일 뿐 단일화는 확실해 보인다”며 “이념적으로 유연하게 중도층을 공략하는 게 승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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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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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방식으로는 100% 시민 여론조사가 유력하다. 여론조사 문항이 쟁점인데, 오 전 시장은 ‘야권 후보 적합도’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본선 경쟁력‘을 선호한다. 여론조사 시기에 있어선 오 전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뒤지는 만큼 제1야당 후보로서 당력을 동원해 추격전을 벌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안 대표는 “가급적 빨리하자”는 입장이다. 이번 재보선 선관위 후보 등록일은 오는 19일까지다.

이와 별개로, 오 전 시장이 최근 당 경선 토론에서 ‘정치적 결단에 의한 단일화’를 언급한 만큼 경우에 따라선 양측 간 합의로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안 대표는 지난해 말 서울시 공동운영을 전제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문턱을 넘어서자는 ‘서울시 연립 정부’ 구상을 제안했다.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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