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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정부 “디지털 인재 모셔라”… ‘주 3일 근무·억대 연봉’ 파격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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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일본 금융청은 지난 1일 디지털 전환(DX) 인재를 민간 전직 사이트 '비즈리치'를 통해 공개 모집했다. 비즈리치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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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팩스와 인감도장 등 ‘아날로그’ 시절 도구를 사용하는 일본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파격적인 채용 조건을 내걸었다. 일부 정부 부처에선 정원의 40배가 몰리는 성과가 있지만, 민간기업의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 정부가 원하는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청 등 DX 인재 채용에 억대연봉 제시, 수백명 지원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저털 전환), 약칭 ‘DX’에 정통한 인재 영입을 위해 고임금이나 유연한 노동시간 등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대우를 약속하고 있다. 결산서류 제출 등 약 1,800종류의 신고를 올해 안에 모두 인터넷으로 가능케 한다는 목표를 세운 금융청은 지난 1월 ‘DX 추진 비즈니스 디자이너’란 직종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다. 일본 국가공무원의 평균 급여(월 약 40만엔)의 두 배가 넘는 연수입 1,000만엔 정도를 제안했다. 한화 환산 시 ‘억대 연봉’인 셈이다. 겨우 5, 6명 채용 공고에 수백명이 응모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공약 중 하나였던 디지털청 창설을 앞두고 직원을 공개 모집하면서는 ‘주 3일 근무' 등 유연한 근무방식을 강조했다. 연수입 환산 시 1,000만엔 이상의 보수까지 파격 대우를 내세우자 정원의 40배인 1,400명이 응모했다.

일본 정부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재를 유인하는 이유는 일본 내 정보기술(IT)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019년 경제산업성은 2030년께 IT 인력이 최대 79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각부는 2020년도 경제재정보고에서 “디지털 이노베이션에 필요한 인재는 적다”며 관청 등 공공부문에서 디지털 인재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은 더 높은 연봉 제시... 정부 실험 성공할지 아직은


하지만 민간기업들도 인재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정부부처의 인재 확보를 낙관하긴 어렵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일례로 IT 대기업인 SCSK는 2020년에 일부 직종에서 연봉 3,000만엔 이상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퍼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은 데이터 분석가 경력자를 채용하며 최고 연봉 2,000만엔을 제시했다.

한 IT대기업의 중견 사원은 “대우나 커리어라면 민간이 매력이 있고, 굳이 관청에 전직할 마음이 생기진 않는다”고 닛케이신문에 말했다. 힘들게 민간 인재를 채용한 관청에서도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채용된 지 얼마 안 돼 바로 민간으로 돌아가 버린다”고 호소한다.

미국에선 민간의 IT 인재를 정부가 중요한 프로젝트 담당자로 등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공적 경험이 본인의 이후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된다. 반면 "일본에서 고위공직자로 승진하는 관료는 민간에서 영입된 인재가 아니라, 대학졸업 후 바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계속 관에서 있던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닛케이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려면 이런 일본 조직의 관습이나 풍토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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