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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사실상 정치권 출사표 던진 尹···벌써 '4월 창당설'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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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장외우량주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드디어 정치권에 상장(上場)된다. 윤 총장이 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여야가 술렁대기 시작했다. 대선판에도 상당한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윤 총장은 이날 사퇴 입장문을 통해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에 몸을 던지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한 대목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화를 나눈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총장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논의가 모두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은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권 강경파가 윤 총장을 쫓아내려다가 실패하니, 중수청을 만들어 아예 검찰을 없애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말을 안 들으면 ‘가족’(검찰)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데 윤 총장으로서는 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외통수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尹 “헌법이 부여한 마지막 책무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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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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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 타의든 윤 총장의 말과 걸음은 이미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전날 대구고등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 총장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ㆍ경북(TK)지역을 기반으로 둔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는데 관여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TK 인사들 중엔 윤 총장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 그래서 대구에서 그가 보여준 언행을 두고 한 야권 인사는 “검찰총장으로서의 공식 일정 마지막 행보를 자신의 정치적 취약 지역인 TK로 선택한 것은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사퇴 시점을 4일로 잡은게 여권이 추진 중인 이른바 ‘판ㆍ검사 즉시 출마 금지법’(현직 검사·법관이 출마하려면 1년 전 사직 의무화)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기 대선일은 내년 3월 9일이다. 법률은 시행 이전의 행위에 대해 소급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압도적 과반을 차지한 여당이 소급적용에 나설 경우 괜한 시빗거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4ㆍ7 재·보선에서 야당 지원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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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입구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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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관심은 윤 총장이 언제 정치 전면에 나서는지로 모인다. 가장 가까운 이벤트는 다음 달 7일 치러지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 행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정치권의 관측이다.

야권에선 윤 총장의 사퇴가 반문(반 문재인) 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져 보궐선거에서 유리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와 친분이 있는 복수의 인사들은 “‘정치를 하기 위해 직을 던졌다’는 여권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 총장이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 가능성은 작다”며 “대신 중수청 등의 현안에 대한 여권 공세엔 윤 총장이 적극적으로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재·보선 막판에 윤 총장이 깜짝 지원 유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선거때 표를 끌어모으는 힘을 보여줘야 정치권의 발언권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ㆍ보선 이후의 행보도 중요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 입장에선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한 윤 총장이 아무래도 껄끄럽다. 마찬가지 이유로 윤 총장 역시 국민의힘으로의 입당이 불편할 것”이라며 “재·보선 이후 윤 총장이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정계개편의 키를 쥘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야권에선 윤 총장의 ‘4월 창당설’도 돈다.



정점식과 오랜 인연, 안철수와도 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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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률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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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변에 마당발이란 평가를 받는 윤 총장은 여러 정치권 인사와 두루 친하다. 윤 총장과 인연이 깊은 대표적인 인사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꼽힌다. 두 사람은 초임검사를 대구지검에서 함께 시작한 인연이 있다. 사법연수원 20기인 정 의원이 윤 총장(23기)보다 세 기수 선배다. 반면 윤 총장은 정 의원의 서울대 법대 5년 선배다. 사석에서 윤 총장은 정 의원을 ‘정 공(公)’, 정 의원은 윤 총장을 ‘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윤 총장을 “고향 친구”(충남 공주)라고 지칭한다. 그는 이날 윤 총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와 우리 국민의힘은 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겠다는 윤석열에게 주저없이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적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인연이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유튜브 방송에서 “윤 총장이 (수원지검) 여주지청으로 좌천돼 힘들 시기에 한 번 만나 밥을 먹은 적 있다”며 “아마 저도 그랬지만, 서로 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도 가깝다고 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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