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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요양병원 백신 접종자 사망에...중증 환자 접종 신중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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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요양시설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등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사망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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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모두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던 중증 환자로 확인되면서 이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해도 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접종 최우선 대상자로 분류돼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15만4421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뒤 발열이나 근육통 등의 이상반응이 718건이 보고됐고, 이 중 5건이 사망 사례다.

백신 접종 이후에 숨진 5명은 모두 요양병원 입원환자로 여러가지 중증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의식은 있지만,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의 20대 사망자는 2일 접종 뒤 이틀 만인 4일 숨졌다. 뇌전증을 앓고 있었고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머물다가 최근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마찬가지로 2일 접종 뒤 4일 숨진 전북 전주시 요양병원 50대 입원 환자는 심ㆍ뇌혈관질환을 앓았고,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졌다. 전북 부안군의 50대 환자는 3일 접종했고 하루 뒤 숨졌는데 당뇨병과 심근경색 등을 앓고 있었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에서도 기저질환자가 가장 우선순위의 접종대상군으로 돼 있다. 그 이유는 기저질환자에게 독감 예방접종했을 때 치사율이라든가 중증도를 낮추는 큰 이득이 접종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크기 때문에 기저질환자가 우선순위 대상자에 포함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 반장은 “코로나19 백신의 경우도 여러 가지 앞선 임상시험 근거와 여러 가지 상황상 WHO(세계보건기구), 각국에서 기저질환자를 백신접종자 우선순위에 포함했다. 우리나라도 예방접종심의위원회를 거쳐서 기저질환자를 포함시켰다. 따라서 현재 기저질환이 있다면 만약 (아나필락시스 등)금기사항이 없다면 접종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기저질환자는 코로나19 감염시 중증이 되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해서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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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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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선 요양병원의 중증 환자에 대한 접종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접종 이후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게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임종 단계에 있는 말기, 무의식 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해서 얻는 것은 별로 없고 잃는 것만 많아질 수 있다. 이들이 숨지게 되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서 신중하게 접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보다는 병원 직원들이 외부에서 감염된 뒤 병원 내에서 퍼트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말기ㆍ무의식 환자 접종 제외 등을 면밀히 검토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 청장은 3일 브리핑에서 “요양병원은 워낙 오랫동안 와병상태에 계시고,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의 환자가 있기 때문에 예진을 할 때 그런 부분들을 주의하도록 당부했다”라며 “의식 상태가 좋지 않거나 37.5℃의 발열이 있거나, 임종이 임박했거나,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등 의학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예방접종을 희망하더라도 제외가능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스피스 환자나 말기 암으로 오늘 내일 돌아가실 분들은 백신을 접종했을 때 이득이 없다. 백신 접종할 때는 예진하는 의사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부작용보다 클 때 해야 한다. 자칫 백신이 원인 아니더라도 오비이락으로 돌아가시면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환자들 대부분이 여러가지 기저질환을 앓고있는 만큼 접종 여부 판단을 내릴 때 건강 상태를 잘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부분의 백신은 항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면역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접종작는 발열, 몸살 등 이상반응을 겪게 된다. 건강한 일반인들에겐 하루~이틀 내에 사라지는 이상반응이 건강 상태가 나쁜 환자들에겐 건강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천 교수는 “요양병원에 계신 분들은 본인이 표현을 잘 못하고, 면역력 저하로 염증이 있어도 열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반드시 혈액ㆍ엑스레이ㆍ심전도 검사 등으로 심폐기능을 확인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뇌졸중 등 혈관 질환이 있는데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기저질환이다. 이런 분들이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하는건 맞는데, 염증이 있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백신을 맞으면 일종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이런 분들이 접종 이후 혈압이 떨어지거나 고열 난다거나 숨이 차거나 어지러우면 이건 중증 반응으로 봐야 한다. 그런 경우엔 반드시 검사해서 패혈증이나 폐렴, 심장마비에 대한 처치가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접종 이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스더ㆍ이우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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