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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민주적 요구 억누르려…29개국 정부, 수시로 인터넷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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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반정부 시위 잦았던 인도에선 109차례나 연결 끊겨

학생들 온라인 학습 기회 박탈…국제기구 구호활동도 차질

액세스나우 “팬데믹 시대 중요한 소통 수단을 정치 도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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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을 막기 위해 국경이 닫히고 만남이 제한된 지난 1년간 인터넷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소통 수단이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 이유로 인터넷을 차단하거나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 기회를 박탈당했고, 분쟁지역에서는 국제기구조차 인터넷 접속 제한으로 구호활동이 지연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인터넷 비영리 디지털권리 단체인 ‘액세스나우(Access Now)’는 3일(현지시간) 2020년 29개국이 의도적으로 인터넷 통신을 155회 이상 중단하거나, 초고속 인터넷망을 차단해 접속을 제한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셧다운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과 2018년에도 각각 33개국, 25개국에서 인터넷이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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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를 탄 인도 농민들이 지난 1월26일 수도 뉴델리 외곽에서 ‘농산물 가격 보호제’를 폐지하려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당시 인도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했다. 지난해 인도가 인터넷을 고의로 차단한 횟수는 109회에 달한다. 뉴델리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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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터넷 차단 사례는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에서도 보고됐다. 이들은 가짜뉴스 차단과 국가안보 유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권위주의 국가들은 시위 확산을 막고, 선거에 영향을 주고, 인권 탄압을 감추기 위해 인터넷을 수시로 차단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인도는 가장 빈번하게 인터넷이 차단되는 나라였다. 인도에선 109차례나 인터넷 연결이 끊겼고 그중 대부분이 카슈미르에서 발생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영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데,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에서는 빈번하게 반인도 시위가 일어난다. 인도는 이런 여론을 잠재우려고 인터넷 차단을 수단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속도가 느린 2G 연결만 허용해 인터넷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권도 침해당했다. 잠무 카슈미르 공과대학 학생 바질라 아유브(24)는 “15MB 과제를 전송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면서 “제때 과제를 내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 접속이 어려워 진도도 뒤처졌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인도 대법원이 카슈미르 인터넷 차단에 위헌 판결을 내리자 정부는 최근에야 4G 연결을 복원했다.

아시아에서는 미얀마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수시로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로힝야 난민촌에서 415일 동안 인터넷 접속이 제한됐다. 난민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련 의료 정보도 알 수 없었다고 액세스나우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벨라루스가 인터넷 차단국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26년간 장기집권하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인터넷 연결을 끊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8월 정부는 나흘간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남미 쿠바 등에서도 반정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인터넷 차단을 일삼았다. 중동 예멘 분쟁지역에서는 무력충돌과 불안정한 치안으로 인터넷 차단이 빈번했고, 국제기구들은 구호활동에 차질을 빚었다.

액세스나우의 라만 지트 싱 치마 아시아·태평양정책국장은 “팬데믹 시대 인터넷이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됐음에도 세계 각국이 민주적 요구를 억누르려 인터넷 차단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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