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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명수 대법원장, ‘거짓 해명’ 세 번째 사과…사퇴 불가 입장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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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거짓 해명 논란과 법원 인사 등으로 법원 안팎에 비판을 받아온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전국법원장회의에 앞서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제 불찰로 법원 가족 모두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국회의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는데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한 것에 대한 세 번째 사과였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도 대법원장으로서 법원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변함없는 노력을 다하겠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법원장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을 향한 항의성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한 법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커지는 와중에 (법원 인사, 거짓 해명 등) 논란이 터졌으니 대법원장님도 (논란에 대한 해명을) 구체적으로 말해봐야 손해라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진솔한 사과로 보기는 미흡했다”며 “그동안 몇 번 사과와 해명의 기회가 있었지만 계속 놓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입장문을 두고 법원 내부에선 최근 단행한 법원 인사에 대해 ‘원칙과 기준이 없는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도 이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주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법원장 및 수석부장판사 등 요직에 ‘코드 인사’를 단행하고 인사 관례를 벗어나 특정 판사를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잔류시켜 ‘특정 집단을 위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고위법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농단’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고, 판사들이 법원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도 설명하거나 제대로 사과했다면 일하는 데 힘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재판 결과와 판사에 대한 정치권의 부당한 비판이나 압력에 맞서 사법부 독립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시는데 2019년부터 이어진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에 대해 아무런 비판없이 오히려 판사들에게 ‘의연하게 대처하라’는 메시지만 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권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윤석열 검찰총장 등 관련 판결을 했던 판사를 비난했을 때 대법원장이 재판 독립을 위한 노력을 실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판사는 “검찰의 수장은 조직과 법치를 수호하겠다고 사퇴하는데, 같은 날 같은 시각 법원의 수장은 다른 모습을 보여줘 씁쓸했다”고도 했다.

이날 법원장회의에선 일선 판사들의 동기 부여 수단이 사라져 적시에 처리해야 할 사건이나 재판 등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판이 일시적으로 연기되기도 했지만 이와 별도로 기록이 방대하거나 판단이 어려운 ‘주요 사건’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데 판사들이 일할 동기를 잃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법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가 폐지되면서 젊은 판사들에게 승진 기회가 없어진 건 사실”이라며 “어느 조직에서든 열심히 일하기 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왔다”고 전했다.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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