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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에 멀어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GDP 22년만 첫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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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 -1%, IMF 이후 22년만의 첫 역성장

1인당 국민소득 전년비 -1.1%..과거 위기보단 감소폭 적어

"올해는 플러스 성장 예상되나 부진한 민간소비 선결 과제"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3만1000달러를 기록해 2017년(3만1734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3만달러 선은 간신히 지켰지만 2년 연속 감소세다. 2017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이후 경기 부진이 이어졌고, 4년째 3만 달러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4만달러 시대는 더욱 요원해졌다. 작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를 기록,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4일 한국은행의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를 기록해 1년 전(3만2115달러)보다 1.1% 감소했다. 2017년 처음 3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5.8% 성장했지만 2019년 -4.3%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2년째 쪼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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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4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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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1인당 GNI 3만 달러…경제위기 때마다 뒷걸음질

우리나라의 명목 GNI와 1인당 GNI는 경제 위기 때마다 감소해왔다. 우리나라의 연간 명목 GNI의 전년동기대비 증감률은 1980년 2차 석유 파동 당시 전년 19.3%에서 0.3%로 내려앉았고, 1998년 외환위기 때는 -33.1%로 역대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지난해는 -1.0%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GDP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도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80년 2차 석유 파동, 1998년 외환위기, 그리고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3차례다. 명목 GNI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의미한다.

명목 GNI를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GNI 역시 경제 위기 전후로 감소세를 보였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7.6%), 1998년(-3.36%),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11.2%), 2009년(-10.4%)에도 국민소득이 2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지난해에도 -1.1%로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감소폭으로만 따지면 지난 2019년(-4.3%)에 비해 내림세가 더 적었는데 이는 환율 영향이 컸다. 2019년 연평균 환율이 5.9%나 올랐는데 지난해에는 상승폭이 1.2%에 그쳤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가치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소득감소가 적게 나타난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국민소득은 물량 요인인 실질 경제성장률, 가격 요인인 GDP 디플레이터, 환율 요인 등 세 가지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는 1.3% 상승해 국민소득에 플러스 요인이 됐으나 실질 GDP는 -1.0%로 역성장했고, 환율은 1.2% 상승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종합물가지수라고 불리는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계산한 물가 지수다. GDP 디플레이터가 플러스를 보일 경우 기업의 채산성이 개선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경제 충격 선방…내수회복이 관건

경제 위기 때마다 국민이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과거의 경제위기 때보다는 코로나19 충격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 반도체 등 IT부문과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을 키워온 덕분이다. 지난해 4분기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속보치 1.1%에서 1.2%로 0.1%포인트 높아졌다. 수출이 반도체·화학제품 중심으로 5.4% 증가한 영향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성적표가 좋은 편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대로 전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 1월과 2월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11.4%, 9.5% 증가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코로나19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며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1%로 상향 조정한바 있다. 다만, 고용부진과 민간소비 악화에 따른 내수 는 해결 과제로 남았다. 작년 연간 민간소비는 4.9% 감소해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 기준으로도 서비스(음식숙박·운수)와 재화(음식료품 등) 등 소비가 위축돼 전체적으로 1.5% 감소했다.

수출로 버티는 경제 성장 국면에 1인당 GNI 성장 전망은 밝지 않다. 실제로 정부는 우리나라 1인당 GNI 규모가 관광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를 넘어설 것으로 자신했지만, 2년 전처럼 근소한 격차로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역성장률 -8.8%, 1인당 GNI는 유로화 기준으로 전년보다 7% 감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를 작년 연평균 달러·유로 환율(1.14190달러)을 적용해 계산하면, 이탈리아가 3만1790달러로 우리나라 1인당 GNI보다 35달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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